[사이언스온고지신]시간을 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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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 '지금 몇 시죠?'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시계와 핸드폰이 없어도 대충 몇 시인지 답을 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힌트는 '화창한 날'에 있다. 정확히는 바로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이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 무한한 듯 보이는 주기의 근원이 바로 태양이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북반구에 사는 경우라면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아침 6시쯤, 태양이 남쪽하늘에 가장 높이 떠오를 때는 정도쯤,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질 때면 저녁 6시경으로 답할 수 있다. 이때를 맞춰 '꼬르륵'하는 생체 시계도 작동을 할 것이다.

인류에게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일상의 삶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태양은 바로 우리의 일상, 즉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왜냐하면 하루하루 변화, 계절 변화도 태양의 움직임에 기인하고 있고, 우리의 생체 시계도 태양의 뜨고 짐이라는 주기성에 맞춰 진화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태양의 뜨고 다시 뜨는 시간이어야 하고 일 년은 봄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시간이어야 우리 일상의 삶과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겉으로 보이는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시간을 정하고 이 시간을 기준으로 역사를 기록해왔다.

문제는 하늘에 있는 태양의 움직임이 날마다 변한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 자체보다는 겉보기 변화다. 계절 변화를 의미하는 지구 공전과 태양의 뜨고 짐을 의미하는 지구 자전 속도가 변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계절에 따른 태양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서 사실 친구와 약속을 잡는 정도는 세종대왕이 설치한 해시계인 '앙부일구'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현대의 첨단 기술사회에서는 정확한 시간이란 전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연결고리이다. 나노초(10억분의 1초), 아니 그 이상 정밀도로 통신과 금융거래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인류는 변치 않는 시계를 원했고, 그 여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현재는 원자 주위 전자의 진동을 이용한 원자시계가 국제 표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도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돼 2037년 운영을 목표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기본원리는 위성이 전파를 보낸 시간과 지상의 사용자가 그 신호를 받은 시간 차에 빛의 속도를 곱해 거리를 구하는 데 있다. 당연히 모든 위성과 사용자의 시계가 정확하게 동기화되어야 한다.

KPS 수신기만 있다면, 국내 사용자의 모든 시계를 원자시계급으로 동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지금은 GPS에 의존하고 있다. 좀 과장하자면, 세종대왕이 1434년 혜정교(종로1가)와 종묘에 앙부일구를 설치해 보다 많은 백성에게 정확한 시계를 제공하고자 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모두가 똑같은 정밀한 시계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kmroh@ka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