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핵융합에너지 개발 변곡점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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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탄소중립이나 RE100과 같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은 근본적으로 에너지원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요구한다. 즉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로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해 오던 탄소 기반의 에너지원을 무탄소 기반 에너지원으로 불과 몇 년 또는 몇십 년 안에 모두 대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 확보 노력 가운데에는 핵융합에너지 개발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 핵융합 선도국이 공동으로 프랑스 카다라슈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하고 있으며, 이 장치를 통해 대용량의 핵융합에너지 생산 실증을 하게 되는 2035년께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각국은 핵융합에너지 전력 생산 실증을 위한 핵융합발전소 건설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하게 될 것이며, 이와 더불어 민간 투자도 급격히 활성화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8년께 실증로 건설 여부를 결정하고 2050년대에 핵융합에너지 전력 생산 실증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2035년께 실증로 건설 여부 및 부지를 결정하고 2050년대에 전력 생산 실증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탄소중립 2050 정책에 핵융합에너지를 포함하고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라는 실증로를 2040년께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2050년대 전력 생산 실증을 목표로 이미 지난 2020년대에 CFETR(Chinese Fusion Engineering Test Reactor)라는 실증로 건설을 착수하는 것으로 정책적 결정을 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부(DOE) 핵융합에너지과학국(FES) 자문위원회(FESAC)에서 204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실증용(파일럿) 핵융합발전소 건설안을 제시했다.

국가 차원에서 주류적 핵융합에너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더 다양하게 도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CFS(Commonwealth Fusion System)는 2025년까지 SPARC라는 프로토타입 핵융합 장치로 핵융합에너지 생산을 실증하고, 2035년까지 ARC라는 상용로 건설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제너럴퓨전(General Fusion)은 2025년까지 실증로 건설을 위해 부지 결정까지 마쳤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에너지 스타트업 기업이 30개 이상 운영되고 있고, 총투자 규모는 2B 달러(약 2조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나 민간 영역에서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많은 투자가 이뤄지며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다. 2035년께 변곡점을 맞게 되면 국가 차원의 정책적 결단과 더불어 민간 영역의 기술 개발과 투자가 더욱 확대돼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전력 생산 실증 또는 실용화 단계로 급속히 가속될 것이다.

핵융합에너지 개발 변곡점이 되는 2035년까지는 15년도 남지 않았다. 핵융합에너지는 자원이 아니라 기술 기반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기술 확보를 위한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즉 변곡점 이후에 다음 실증 단계를 위해선 그 이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변곡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핵융합에너지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 에너지가 아니라 가시권 안에 들어온 현실 에너지로 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가적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가장 안정적이고 청정한 무탄소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sjyoo@kf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