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 R&D 정책 패러다임 대전환 이끄는 '민간R&D 협의체'

23일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70여개 기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민관R&D혁신포럼이 개최됐다. 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23일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70여개 기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민관R&D혁신포럼이 개최됐다. 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지금까지 국가 연구개발(R&D) 로드맵은 정부와 출연연구기관 주도로 미래 산업과 기술 발전에 대한 기획을 통해 수립됐다.

관련 R&D는 출연연구기관과 대학 위주로 진행됐고, R&D 실제 수요자인 기업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었다. 개발 기술을 사용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찾기 어려웠다.

이는 결국 R&D 효율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기술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하는 구조가 요구됐다.

'산업별 민간R&D 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이 같은 정부 주도 R&D 한계 극복을 위한 중요한 시도다.

정책화가 어려웠던 기업별 단편적 의견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정책 수요자에만 머물러 있던 기업이 정책 방향 설정 주역으로 변하는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협의체는 지난 3월 출범 이후 기후변화 대응,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탄소중립(산업공정혁신, CCUS, 신재생에너지 등 3개 분과), 스마트 센서(1개 분과) 등 2개 협의체로 세분화해 분야별 단·중기 과제를 발굴했다.

산업 내 주요 대·중·소 선도기업 기술 임원·담당자로 구성된 분야별 전문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됐으며, 업계 수요조사 및 의견수렴을 위해 관련 협·단체도 함께 참여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분야 단기 R&D 과제 60건(산업공정혁신 16건, CCUS 17건, 신재생에너지 27건)을 발굴하고 정부 R&D 사업 12개 분야 반영 성과를 거뒀다.

또 중장기 후보 전략과제로 탄소중립 75건(산업공정혁신 34건, CCUS 19건, 신재생에너지 22건), 스마트센서 11건, 중기 기술수요 8건 등 총 94건의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협의체는 이를 23일 열린 제1회 민관R&D혁신포럼을 통해 제시하면서 국가 정책에 새로운 변화를 주문했다.

또 탄소중립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제시됐던 산업간 협력 및 연구관리기관 협력 필요성을 바탕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민간R&D 협의체가 23일 민관R&D 혁신포럼에서 R&D전략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민간R&D 협의체가 23일 민관R&D 혁신포럼에서 R&D전략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5개 기관이 탄소배출 기술혁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가·산업 최대 현안 탄소중립 적극 대응

우선 탄소중립 협의체는 산업공정 3개 분야(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탄소 저감 및 저탄소신공정 개발 등을 제시했다.

시멘트 분야는 석회석 대체용 탈탄산 원료 기술개발, 혼합재 사용량 10% 확대 적용, 신규 시멘트 5종 이상 개발을 통한 이산화탄소(CO₂) 1868만톤 저감이 목표다. 철강 분야는 300톤급 상저취전로 구축·실증, 제철가스 활용 그린탄산 제조 기술개발, 탄소 사용량 30% 저감 및 수소환원철 기반 전기로 공정개발 등을 통한 CO₂ 5846만톤을 저감한다. 석유화학 분야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고효율 수소 생산 및 메탄올 열분해로 합성가스 생산을 통한 CO₂ 452만톤 저감을 실천할 계획이다.

탄소포집(CCUS) 분야는 대규모(150㎿ 이상) CO₂ 포집 설비 운영 및 실증과 함께 CO₂를 상업적 가치가 높은 폴리올, 에틸렌 등으로 전환기술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성능평가와 양산성 검증 등이 요구되는 만큼 정부가 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력환경 조성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기존기술 양산 효율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 및 대체에너지원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원가 저감형 탠덤 태양전지 기술 및 관련 응용분야 개발을 통한 2030 태양전지 효율 35% 달성으로 기술·경제성을 확보하고, 폐배터리 재사용 ESS 및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 개발,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차세대 변전소 기술개발 및 실증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마련했다.

◇센서 소자부터 솔루션까지 전주기 기술개발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 확대에 따른 글로벌 센서 시장이 급성장하는 흐름에 대응해 스마트센서 응용 산업별 핵심 관련 기술 R&D 지원을 통한 시장 경쟁력도 확보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용 라이다(LiDAR) 센서, 전기차 배터리 진단용 복합센서, 수소센서 등을 비롯해 엠비언트 컴퓨팅 시대를 위한 비접촉 고정밀 센서 및 복합센서, 접촉·비접촉식으로 다양한 건강정보를 측정하는 바이오센서, 테라헤르츠(㎔)센서, SPAD 이미지센서 등을 스마트센서 R&D 중점 추진 분야로 제시했다.

특히 스마트센서 산업 발전 및 국내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센서 소자, 모듈, 시스템 제작을 위한 정부 주도 생태계 및 플랫폼 구축, 센서 개발 관련 세액공제 확대 및 신뢰성 시험에 대한 비용지원, 센서 관련 승인 제도개선 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의체가 제시한 R&D 투자방향 및 기술 수요를 정부 중장기 R&D 투자 전략 및 연도별 투자 방향과 탄소중립 기술 로드맵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민간기업 의견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기반으로 한 단계별 프로세스를 정착하고 체계적 민·관 R&D 연계를 위해 연도별 이행점검, 총괄위원회 신설 등을 함께 추진한다.

이경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탄소중립 등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가 끊임없이 지원하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며 “정부 중장기 R&D 투자방향 설정부터 예산 배분과 조정, 성과 평가에 이르는 정책 전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협의체 및 관계부처와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