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데선'(데이터 선거)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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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 도대체 누가 되는 겁니까.”

대선 후보 발표를 앞두고 휴대폰에 불이 났다. 서울시장·부산시장을 선출한 4·7 재·보궐선거,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당 대표 선거, 결선만큼 뜨겁던 대선 경선 4강전까지. 어쩌다 최종 결과를 적중한 것이 소문 난 듯하다. 선거 예측 적중률 100% 비결,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라는 놈을 규칙적으로 하루에 몇 번씩 몇 주, 몇 달을 계속 쳐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기 시작한다. 때로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오류를 발생시키기지만 방대한 양을 두고 천천히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녀석이 바로 데이터다.

미국의 정당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데이터로 민심을 읽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분석해서 유권자 성향과 생활 패턴에 따른 맞춤형 공약을 제시한다. 성별, 나이, 거주지, 관심사는 물론 어떤 잡지를 구독하는지까지 파악해서 선거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분석해서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라틴계 유권자의 최우선 관심사는 젊은 자녀 일자리'라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면 정당 정책 파트에서는 맞춤형 공약을 마련해 정책 타기팅을 실시하는 식이다. 빅데이터 전략이 가능한 것은 미국 선거법에 유권자 등록과 선거기록 공개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풍부할수록 선거 전략은 더 정교해진다.

다가오는 우리 대선도 데이터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만 되면 전통시장을 찾아 표를 호소하던 과거를 넘어 상시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어디에 어느 국민이 어떤 불편이 있는지, 세대별 유권자가 국가에 바라는 바는 무엇인지, 오늘날 시대정신과 미래 지향점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당 간 디지털 기술 각축전을 지켜보는 재미도 상당할 것이다. 과거 뉴스 댓글과 호감도를 왜곡해서 여론을 조작하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국민의힘은 디지털 정당위원회 주축으로 비정상적인 댓글 트래픽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크라켄'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후보 형상을 한 인공지능(AI) 아바타와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위성항법장치(GPS) 유세차 등 각종 디지털 선거전도 대비하고 있다.

여당도 '메타버스'를 출발시켰다. 정당을 떠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과 데이터의 중요성이 선거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각 정당이 이토록 디지털, 데이터 선거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국민을 향한 뜨거운 구애를 하기 위함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가장 절감하는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단지 민심이 변화무쌍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민심을 헤아릴 방법을 찾는 노력이 바로 국민을 향한 정치 행위다. 정치인도 이제는 데이터와 친해져야 한다.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공학도로서 기술 진보가 우리 선거 문화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기대한다. 디지털 기술도 선거도 결국 그 지향점은 국민의 더 나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데이터와 대화하고 있다.

[월요논단]'데선'(데이터 선거)이 온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 futurekorea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