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삼성, 반도체 협력 필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심상치 않다. 최근 포드와 글로벌파운드리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협력하기로 했다. 만날 일이 없던 자동차 회사와 반도체 생산 전문(파운드리) 업체의 협력이 성사된 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1년 넘게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올 하반기에 풀릴 것 같은 반도체 품귀 현상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품귀 현상은 오히려 자율주행차 같은 자동차의 전장화 추세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포드와 글로벌파운드리의 협력은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산업의 핵심인 자동차 산업의 타격을 눈으로 목격하자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를 불러 모아 놓고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포드와 글로벌파운드리의 제휴는 그 결과물이다. 동시에 앞으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한 완성차는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경고다.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도 자동차와 반도체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산업이다. 다행스러운 건 세계적 수준의 완성차와 반도체 회사가 국내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전장화라는 큰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도 전기차 시장 상위 5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이 분야 절대 강자인 TSMC와 경쟁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국내에서는 현대와 삼성, 기아나 DB하이텍·키파운드리 등과 같이 완성차와 파운드리 업체 간 협력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완성차를 위한 전용 라인 논의가 있었지만 서로 밀고 당기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기존 사고와 틀로는 혁신이 나올 리 만무하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할 날을 기다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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