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인사] 능력·성과 중심 인사..SK하이닉스 40대 사장도

SK그룹이 2일 실시한 2022년 임원 인사는 중간 지주사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연공서열과 상관없이 능력과 성과주의에 입각한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조직 변화 폭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성이 있다면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또 미래 사업을 위해 사별 조직을 개편하고 적합한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SK그룹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장동현 SK㈜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한 것은 전문경영진 체제를 공고히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혁신을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각 사 이사회는 직접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평가하고 추천부터 선임, 보상까지 모든 권한 행사를 위임받았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역임하면서 주요 현안이었던 이차전지 배터리 및 분리막 사업 부문 물적 분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올린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친환경 사업 전환과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30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SK그룹 지주사인 SK㈜를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역량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투자 부문을 첨단소재와 그린, 디지털, 바이오 등 4대 사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매년 약 1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총괄해 왔다. 향후 각 투자 부문 전문성을 강화해 신규 사업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두 부회장은 파이낸셜(금융) 스토리 등 경영 능력 입증했다”면서 “기업 가치 제고 등 구체적 성과가 기대되는 인사”라고 말했다.

◇연공서열 혁파

SK그룹은 연공서열과 상관없이 전문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SK하이닉스가 사업총괄 사장에 선임한 노종원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노 신임 사장은 1975년생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SK텔레콤에 입사한 뒤 2016년 임원에 올랐고, 불과 5년 만에 사장에 선임됐다. SK그룹에서 40대 사장이 나온 것은 작년 말 1974년생인 추형욱 SK E&S 사장 이후 1년 만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신규 임원 인사에서 생산직 출신 손수용 담당을 승진 임명했다. 여성 임원으로서는 신승아 담당을 발탁했고,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우수리더로서 1982년생 이재서 담당 등을 신규 선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우수 인력을 조기 육성하기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면서 “또 다양성과 포용성 관점에서 변화를 주기 위한 인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미래 사업 강화

SK그룹은 SKC 신임 사장으로 박원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부사장)을 승진 임명했다. SKC는 기존 필름, 화학 제품 중심에서 이차전지·반도체·친환경 중심 고부가가치 소재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박원철 SKC 사장
박원철 SKC 사장
최규남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
최규남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

박 사장은 SKC의 사업 전환과 신규 사업 발굴을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2018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글로벌 성장과 사업 발굴을 맡아왔다. 앞서 SKC는 2017년 '우물에서 벗어난다'는 탈정을 선언했고, 지난 9월 미래 성장전략인 파이낸셜(금융) 스토리를 제시하며 제2 딥체인지(근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2개월간 하이퍼포먼스 컴퓨팅용 글라스 기판 및 실리콘 음극재 투자를 결정했고, 폴란드 동박 공장 증설 계획까지 내놨다.

SK그룹 관계자는 “박 사장은 딥체인지를 통해 SKC 성장을 가속할 것”이라면서 “또한 ESG 경영 강화로 지속 가능한 회사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SKC는 투자사인 SK넥실리스와 SKC솔믹스 대표이사에 각각 이재홍 SK넥실리스 경영지원 총괄과 김종우 SKC BM혁신추진단장을 선임했다. 앱솔릭스 대표에는 오준록 SKC솔믹스 대표를 앉혔다.

김도현 SK디앤디 사장
김도현 SK디앤디 사장
안재현 SK디스커버리 사장
안재현 SK디스커버리 사장

◇각 사 조직개편·신규 임원 선임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사업 개발과 연구개발(R&D) 확대를 중심으로 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전략 본부를 포트폴리오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차세 성장 사업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담당하는 BMR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각 자회사도 친환경 디지털전환 같은 기업 가치 제고에 동참한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혁신을 위해 역대 최대로 많은 33명에 이르는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SK㈜ C&C는 '종합 디지털 전환 파트너'로서 핵심 기술 R&D을 강화하고, 플랫폼 확산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데이터 기술이 통합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고객 니즈 신속 대응 및 기술간 시너지 제고를 위해 관련 R&D 조직을 통합했다. 또 회사 디지털 자산의 표준화 및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랫폼 아키텍처 조직도 신설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총 11개에 이르는 사업 그룹(BU)과 센터 체제로 전환했다. 중점을 둔 환경 사업의 경우 △에코비즈DEV BU △에코플랫폼 BU △에코랩 센터로 확대 재편했다. 총 29명에 이르는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SK매직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BM혁신추진단'을 신설했다. 다양한 신규 제품과 함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한다. 기존 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친환경 등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마케팅 역량 집중을 위해 기존 마케팅본부를 △고객가치혁신실 △마케팅전략실 △마케팅운영실 △렌탈사업부 △유통사업부로 재편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사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파이낸셜 스토리를 조기 달성할 것”이라면서 “각 사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