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벤처캐피털, 펀드 대형화 경쟁에 출자 확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1000억원 이상 규모 대형 펀드 결성 추이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조합 출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펀드 결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5000억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에 발맞춰 전체 펀드 결성 금액의 20%인 1000억원 이상을 출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KTB네트워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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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네트워크는 이달 중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약 1135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데,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펀드 출자에 투입하는 것이다.

L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H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중견급 VC들도 연이어 상장을 통해 벤처펀드 출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펀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신규 결성된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는 45개다. 2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결성되는 일반 사모펀드(PEF)보다도 큰 규모의 벤처펀드가 최근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늘어나는 펀드 규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운용사의 자금력이 필수다. 펀드 결성을 위해 운용사도 출자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운용사가 전체 펀드의 1~5%만 출자하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자 시장이 활성화, 즉 운용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자 비중이 10~20% 수준으로 높아졌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전에는 10억원 정도 출자금이 들었다면 최근에는 100억원 이상이 필요해졌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1% 안팎 출자로는 사업을 따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상장을 통해서라도 자금을 확보해 출자금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운용사 다수는 업계 상위 VC다. LB인베스트먼트는 벤처펀드 운용자산(AUM) 규모만 1조원, 스톤브릿지벤처스는 AUM이 6000억원에 육박한다. 회사 몸집에 걸맞은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려면 자금조달이 급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VC도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출자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이미 출자 비중을 40%까지 높였다. DSC인베스트먼트 역시 20%까지 늘려잡고 있다. 펀드 대형화에 따른 출자 규모 경쟁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대형화가 이어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운용사의 경우 자체 출자 비중을 점차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레 출자 경쟁력 역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액셀러레이터까지도 자체 펀드 출자를 크게 늘리는 분위기다. 액셀러레이터 씨앤티테크는 30억원 규모 벤처펀드를 결성하면서 펀드의 3분의 1을 직접 출자하기도 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견급 VC 상장이 이어지는 주된 이유도 자금력을 확보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면서 “앞으로 한동안 자금 확보를 위한 상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