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플랫폼과 경쟁정책

이화령
<이화령>

최근 몇 년간 이른바 GAFAM(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이라고 불리는 소수의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이들에게 과도한 경제력이 집중돼 경쟁이 제한된 결과 효율성과 시장 진입·퇴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쟁을 넘어 양극화가 심화하고, 언론이 왜곡되며,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시장 독과점 문제는 언제나 경쟁정책의 우선순위였다. 특히 규모의 경제로 말미암아 큰 기업이 더 효율적이고, 그 결과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어 독점화가 되는 상황은 관심 대상이었다. 덩치가 크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를 이용해 경쟁을 제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 서비스 가치가 더 커진다는 네트워크 효과에 더해 거래를 매개하거나 검색 기능을 제공하면서 엄청난 데이터가 플랫폼에 축적되는 현상까지 더해지며 시장이 소수 플랫폼에 쏠리는 독과점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정도는 더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이에 따라 과거의 독과점 문제에 비해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는 점으로 경쟁법이 느리게 진행될 때 그로 인한 해악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흔히 '스크램블드 에그스 프로블럼'(scrambled eggs problem)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미 '풀어진 달걀'을 되돌려서 경쟁 질서를 되찾고 피해를 복구하기란 매우 어렵다. 신속하게 경쟁 제한적인 행위를 규율할 필요가 높아진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거대 플랫폼에 대한 사전규제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 규모와 시장 가치 및 매출액 등이 매우 크며, 이용자가 많이 의존하는 플랫폼을 사전적으로 지정한 후 이들에게 (경쟁을 제한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특정 행위를 금하는 식이다.

특히 플랫폼이 선수이자 심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사 제품에 유리하고 경쟁자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는 자사우대(self-preferencing)를 일종의 새로운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 유형으로 보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검색엔진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제품을 좋은 위치에 보여 준다든지 모바일 운용체계(OS)가 모바일 기기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선탑재하도록 한다든지 앱스토어가 자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행태도 자사우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더욱 극단적으로는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애초에 사업을 분할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가 논의되곤 한다.

사전규제 및 구조적 조치가 신속하고 명확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시장 자율을 허락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자사우대 금지를 통한 공평하고 비차별적인 접근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매우 좋아 보이지만 어떠한 유형의 자사우대는 서비스의 질 개선과 안정적 공급을 위해 긍정적일 수도 있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사업을 분할하게 하면 소비자에게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타깃 광고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식의 플랫폼 사업 모형은 금지되는 것이다. 더 이상 음악이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볼 수 없게 된다면 결국 피해를 받는 소비자는 소득이 낮고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일 공산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많은 논의를 거쳐 사전규제와 사후규제의 적절한 경쟁정책 조합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사전규제를 논의하기 전에 사후규제의 틀 안에서 신속성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고민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접근일 것이다.

이화령 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 hwaryung.lee@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