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은행권 'AI행원' 보급 大戰

AI뱅커를 도입한 신한은행 디지털데스크 사용 모습 (사진=신한은행)
AI뱅커를 도입한 신한은행 디지털데스크 사용 모습 (사진=신한은행)

새해 시중은행 1·2위를 다투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AI행원(인공지능 은행원) 서비스 확대를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대고객 서비스에 AI행원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새해 AI행원 도입 경쟁이 벌어질 태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 72대(66개 영업점) AI행원을 보급했고 내년 1월까지 200대로 확대한다. 내년 말까지 올해 대비 큰 폭으로 AI행원 배치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400~500대 수준이 예상된다.

KB국민은행도 AI행원 보급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본사 신관에 꾸린 체험존에 AI행원을 적용했다. 통장개설, 예·적금 가입, 청약, 대출 등 은행업무 전반에 걸친 상담을 경험해볼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하지는 않았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AI행원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새해 영업점 적용을 목표로 AI행원 상용화를 저울질한다. 농협은행은 AI행원에 정식 인사발령을 내고 수습·연수 과정을 거쳐 정식 사원으로 발령키로 했다. 아직 구체 담당 업무는 확정하지 않았다.

현재 AI행원이 영업점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초기 단계다. 시중은행마다 목표치는 다르지만 단순 반복업무부터 금융투자상품 안내·가입 등 기존 은행원 업무를 모두 수행하는 것까지 장기 목표로 삼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한은행 AI행원의 경우 영업점에 고객이 방문하면 이를 인지하고 먼저 인사한다. 화상으로 실제 직원이 응대하는 '디지털데스크' 이용을 안내한다. 본인확인, 바이오정보 등록 업무도 맡았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조회·이체 업무를 AI행원에 부여하고 입출금 등 추가 금융거래 업무는 내년 중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ATM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를 AI행원이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TM에서 제공하는 입출금, 송금, 이체 수준의 기능을 AI행원이 수행할 수 있도록 구성해 영업점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선 파일럿 형태로 소수 영업점에 배치해 사용자 반응과 사용성 등을 살펴 추후 확대 규모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행원 모습은 실제 사람과 거의 흡사하다. 사람이 말할 때 입모양을 자연스럽게 구현해 고객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이나 낯선 느낌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더해 자연어 음성인식·처리 기술과 머신러닝 기반 전문용어 학습·처리를 더 고도화하는 것이 숙제다. 마인즈랩, 머니브레인, 라이언로켓 등 AI·영상합성 스타트업이 각 은행과 협업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사용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한은행이 디지털데스크에서 AI행원을 이용한 고객 86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어색하고 낯설다는 응답이 9.3%인 반면 새롭고 신기하다는 반응은 79.1%였다.

AI행원이 간단한 거래업무를 신속히 처리한다면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8.8%, 직원 창구든 AI행원이든 상관없이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44.2%로 나타나 사실상 서비스 만족도가 높으면 AI행원과 창구 직원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장년층과 노년층 사용 비율도 긍정적이었다. AI행원을 처음 도입한 10월 한 달 동안 AI행원 이용자 중 50대 비율은 19%, 60대 이상은 18%였다. 20대(24%), 30대(22%), 40대(17%)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순 업무부터 AI행원을 점진 도입하면 영업점 직원은 좀 더 전문적인 상담에 집중해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추후 은행점포가 부족한 지역에 AI행원을 배치해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은행별 AI행원 서비스 계획 (자료=각사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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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