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93>래디컬 지향

워프(Warp). 왠지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다. 사전상의 의미는 '뒤틀리게 만들다'이다. 영영 모른 채 지나갔을 이 단어를 대중어로 만든 건 어느 연작 공상과학 드라마였다. 제임스 커크 선장이 “워프 스피드”라고 말하면 우주선은 긴 궤적을 남기며 순식간에 먼 우주로 사라진다. 단지 빠르다는 것보다는 공간 이동에 가까웠다. 그러니 워프란 단어는 이 상황에 제격인 셈이었다.

첫 질문이다. 혁신은 어디에서 올까. 흔히 떠오르는 대답은 창의성이다. 그럼 상식의 해법을 부정하는 이른바 래디컬(radical) 혁신은 어디에서 올까. 이 질문에 우리 생각은 멈추고 머뭇거리게 된다. “더 창의적인 창의성”이라고 답하기엔 우리는 왠지 모를 어색함을 직감한다.

래디컬 혁신의 원천에 다른 것이 있다는 의심은 오래됐다. 그것도 상식이 간과한 무엇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약'이란 걸 그 타당한 후보로 꼽는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의족을 한번 떠올려 보자. 상식은 이것이 개인 맞춤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외양은 우리 다리를 제법 닮았어야 할 거라고 말한다. 물론 비용은 높고, 재사용은 불가하다.

그러나 누군가 플라스틱 재질에 키와 몸무게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고, 발 모양과 무관하지만 발처럼 기능하는 뭔가를 창작했을 때 가장 큰 공헌자는 비용 문제였다. 비싼 재질, 복잡한 구조는 안 됐다. 대량생산에 재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자 선택지는 명료해졌고, 고무밑창을 덧댄 'ㄴ자' 모양의 보형물은 최적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창의성이란 혁신의 제1원소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래디컬 방식에는 이것에 덧댈 제2원소가 있었던 셈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두 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래디컬이란 곳으로 이끌 세 가지 제약이 있답니다.”

가장 큰 제약은 대개 비용이다. 단지 5%나 10%가 아니라 90% 더 저렴해야 한다면 기존 방식은 어떤 단서도 못 된다. 당연히 여기에서부터 상식은 참고사항이 아니라 그 흔적마저 지워야 하는 것이 된다. 즉 래디컬한 선택을 찾게 된다.

두 번째는 분명한 목표다. 누군가는 이것이 제약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잘 팔릴 자동차라는 목표와 우리가 이미 만들고 있던 그런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 자동차라는 목표는 그 래디컬 정도에서 분명 다르다.

세 번째는 시간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생각해 보라. 오죽했으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신속 백신개발 계획의 명칭이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Operation Warp Speed)이겠는가.

어느 자동차 기업에서 특강을 마치고 질문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하나는 “왜 타타 나노가 실패했을까요”였다. 잘 알려진 원인은 자동차는 그냥 싸다고 매력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첫 주문을 받은 10만대가 1년 넘게 지연됐고,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했지만 풀 옵션이면 훨씬 크고 근사한 수입차와 비교해 겨우 800달러밖에 차이가 안 났다는 다른 숨겨진 원인도 있었다. 결국 나노의 실패는 이것이 완성되지 못한 래디컬 지향인 셈이었다.
얼마 뒤 이 기업이 인도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가성비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가성비를 높이는 것이 그 자체로 래디컬 지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극한을 추구한다면 분명 이곳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이 기업이 워프를 생각한다면 그때가 바로 한계점에 섰을 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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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