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전력소비, 전기요금 '가격신호' 상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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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전력 소비가 점차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이 2013년 이후 사실상 고정되면서 가격신호 기능을 상실한 탓으로 풀이된다.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고효율·저소비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가격신호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0~2019년 우리나라 전력 수요는 239테라와트시(TWh)에서 520TWh로 연평균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력 수요가 -1.8%, 독일이 -0.3%, 미국이 -0.02% 각각 감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력소비 원단위'도 주요국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력소비 원단위는 달러당 0.351㎾h로 일본(0.160), 독일(0.155), 미국(0.237)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전력소비 원단위는 국내총생산(GDP) 1단위 생산에 소요되는 전력량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전력 사용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 효율이 낮은 원인은 전기요금이 가격신호 기능을 상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력소비 원단위가 높은 것은 전기요금 왜곡에 따른 과도한 전기화로 전력 활용 효율성이 대폭 떨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농업용 전기요금으로 말미암아 등유 난방보다 전기 난방을 활용해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거 부문 요금 통계를 발표하는 OECD 3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두 번째로 요금이 저렴했다. 또 산업부문 요금 통계를 발표하는 OECD 33개국 가운데 12번째로 가격이 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올해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유가 등 원료비가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은 도·소매용 전기요금을 최소 12%에서 최대 244%까지 인상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전기요금이 비싸면 에너지효율 관련 투자가 늘어날 텐데 지금은 효율에 대한 투자 없이도 전기를 싸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전기요금이 낮으니 효율 개선에 대한 인센티브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