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21>디자인 싱킹으로 본 메타버스 (1)

최근 과학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은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가, 개발자, 미래학자를 포함한 여러 혁신가(때로는 괴짜라고 불리우는 이들)로부터 '기술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1992년 그는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라는 소설을 통해 무선 인터넷, 모바일 컴퓨팅, 디지털 통화, 가상 및 증강현실 등 오늘날 기술 환경에 대한 선견지명을 담아냈다. 일례로 그는 힌두교의 '아바타' 개념을 일상의 언어로 가져왔다. 휴대 가능한 기술에 대한 인간의 중독과 관련한 삶, 그리고 모든 것의 디지털화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의 생황과 유사한 많은 것을 예측했다.

게티이미비
게티이미비

특히 책에서는 해커인 주인공 히로가 실제 세상인 로스앤젤레스와 '메타버스(Meataverse)'라는 가상의 세계 사이를 넘나드는데 여기서 메타버스란 인터넷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가상현실 공간을 의미한다. 그 속에서 사용자는 아바타로 대표되어 다른 사람 및 사용자 기반 자동화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예를 들면 인공지능)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그의 비전은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혁신가들을 통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21세기 혁신적인 기업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크 주커버그는 메타버스를 “인터넷 다음의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글로벌 IT 공룡이라 불리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옛 페이스북) 등은 이미 일, 놀이, 공부, 쇼핑을 포함한 다양한 일상을 그들만의 메타버스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기술회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금융,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확장되는 중이다.

이렇게 미래의 세상으로 대변되는 메타버스 시대,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까.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과 창의적으로 해결해가는 접근방식으로서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살펴보자.

지난 10월 세계경제포럼의 미디어 프로젝트 리더들은 “적어도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즉 현재 합법적으로 특정한 제품이나 기술 또는 서비스로 메타버스를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메타버스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우리는 메타(Meta)라는 단어부터 이해해 볼 필요가 있겠다. 어원적으로 메타는 그리스에서 유래한 말로 '뒤에 있는' '넘어서는' '초월하는' '그 이상의' 이라는 뜻을 갖는다. 메타라는 의미를 잘 보여주는 단어로 형이상학을 의미하는 메타피직스(Metaphysics)를 손꼽을 수 있다. 메타피직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철학을 정리하면서 만든 용어로, 앞서 말했던 '뒤' '넘어선'이라는 메타의 의미와 '자연'이라는 피직스가 합쳐져 '자연을 초월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이것을 정신과 물질, 실체와 속성, 사실과 가치 사이의 관계를 포함하여 실재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제1철학이라고 했다.

즉 메타피직스는 특수한 영역 또는 분야적 시각을 넘어 초월적 시각에서 얻어지는 초월적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메타라는 어근은 '파생되는 모든 단어를 포함한 그 너머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에서 앞서 말한 메타(옛 페이스북)도 메타라는 기업명의 의미는 기술적 의미인 메타버스와 가장 관련이 있겠으나, 메타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변화와 확장적 의미까지 고려한 중의적 표현이 아닐까 짐작해볼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적 관점에서 메타버스가 온라인의 진입점인 '인터넷' 다음으로 진화하게 될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인식된다면 앞서 말한 메타의 어근과 같은 개념적 관점에서의 메타버스는 단순히 인터넷의 후계자가 아닌 새로운 변화와 확장의 관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