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과학부총리 부활 '空약' 아닌 '公약'으로

'사령탑.' 전략·전술 지휘체계를 총괄하는 중추로, 전략·전술 성패를 좌우하는 책임감과 존재감을 상징한다. 과학기술계에 사령탑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과학기술로 급변하면서 과학기술혁신을 종합 컨트롤하는 '최고책임자'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은 우주, 바이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과학기술 기반의 첨단산업을 핵심축으로 해서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로드맵과 지원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반도체 공급망 사태 등 핵심기술 하나가 세계 경제와 안보를 뒤흔드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우리도 주요 국가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과학기술 총력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 대비 8% 이상 늘어난 총 29조8000억원으로 확정된 점은 이를 대변한다. 정부 출범 대비 10조원 이상 확대된 R&D 예산 규모를 통해 과학기술 투자에도 정부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이를 총괄하기 위한 사령탑은 아직 부재중이다. 부처별로 흩어진 R&D 관련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부터 독자 기술 분야 구축을 위한 선두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도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을 앞다퉈 공약으로 내놓았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3년 동안 운영된 과학기술 부총리를 부활시켜서 국가 전략기술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는 브레인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부총리제 가동은 국정운영 중심에 과학기술을 두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점에서 과학기술계도 찬성한다. 내각에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체제가 작동함으로써 과학기술 정책에 힘이 실리고, 예산 지원 규모 등도 넓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계 목소리가 공약화되면서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기술경쟁 패권이라는 도전 과제에 효과적으로 응전하기 위해 과학이 선두에 서야 한다.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은 정치 논쟁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空)약이 아니라 공(公)약으로, 여야 관점이 아니라 국가 합의 주제로 다뤄야 한다. 합의 근거는 우리나라 근간이자 R&D 주인공인 연구자 등 과학기술계의 시각과 고민이 함께 담겨야 할 것이다.

대전=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