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12〉핀테크 기업이 송금 서비스에 주목하는 이유

가장 보수적 산업군이라 할 수 있는 금융 분야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명 핀테크(FinTech)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핀테크란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로 송금, 결제, 자산관리, 대출 등 전반적 금융 서비스를 수행하는 데 있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가장 최신의 ICT까지 접목되면서 핀테크 분야 진화 발전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생 핀테크 기반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금융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전통적 금융회사도 다양한 핀테크 기반 서비스 구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중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회사는 드문 듯하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금융 분야에서 가장 중심에 놓여 있기 위해서는 단연코 송금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송금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빈번히 수행하는 금융 거래 형태다. 이에 송금할 때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 내지 금융회사가 된다는 것은 금융소비자에 가장 높은 인지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입금돼 있는 계좌가 있어야 한다. 사실 금융업의 가장 전통적 수익원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얻어지는 예대마진이다. 따라서 송금의 주요 경로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계좌를 개설했다는 의미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금융업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요인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송금 서비스로 인해 여러 계좌를 확보하게 되면 신용평가에도 용이하다. 특정인 수익 내지 지출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연체 관련 정보, 소비 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자연스럽게 대출을 진행할지 여부와 대출을 해준다면 얼마나 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신용 평가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송금과 가장 유사한 기능으로는 결제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과거 신용카드 내지 직불카드 등으로 결제했던 형태에서 벗어나 늘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간편 결제할 수 있는 각종 'OO페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능 역시 언제, 어디서든 결제를 편하게 해주고 이러한 결제된 내용을 일정 기간 이후 지정된 계좌를 통해 출금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손쉽게 많은 사람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는 삼성페이, 애플페이와 같이 스마트폰 제조사가 결제서비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향후 이 시장에서도 새로운 핀테크 회사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에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이유로 국내외 핀테크 회사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송금 분야이다.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를 통해 예금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및 대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는 많은 사람이 알리페이를 통해 송금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단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위어바오라는 금융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알리바바 행보 역시 송금 서비스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에서도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간편히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핀테크의 중심에 놓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향후에도 이들 기업의 움직임이 핀테크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