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행사이자 가전 전시회인 'CES 2022'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오미크론 같은 또 다른 바이러스의 등장 등 많은 이슈가 있었음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메타버스의 확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환경 속에서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일하고 즐기고 생활하게 될 것이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이번 CES는 메타버스와 관련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존 기술이 가진 장벽을 직관적 경험으로 바꿔나가는 방식에 대해 많이 선보였다. 이처럼 미래 세상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메타버스 시대,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핵심은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바로 '관점'이다. 이번 CES에 출품된 여러 가지 기술과 제품, 서비스들은 새로운 경험의 관점에서 기존과 다르게 접근한 사례가 많았다. 그리고 이를 가상과 현실을 융합한 메타버스로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 메타버스와 연계한 '이동 경험'의 개념을 확장적 관점에서 바라본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현대차가 바라보는 '이동 경험'의 확장에 대한 관점으로 다개념적 관점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는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업계의 핵심으로써 자동차라는 제품과 기능에만 주목하지 않고, 본질적 가치인 '이동성'에 집중했다. '이동'을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재정의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을 다양한 외부산업으로 확장, 이동 경험의 개념을 증폭시켰다.
즉 이동의 주체라는 개념에서는 '인간'에서 '사물'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는 '자동차'에서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로봇'으로, 범위라는 개념에서는 '현실 공간'에서 '가상 공간'과의 융합으로 마지막으로 이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생태계적 관점에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까지. 현대차는 이동의 개념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정의함으로써 사용자에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제공했다.
그리고 가상의 아바타 대신 물리적 아바타로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총체적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이동의) 도달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하고자 한 것 역시, 현대차의 비전을 공학적 관점에서 다차원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또 다른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인 BMW다. BMW는 이동 경험의 개념을 운전자 차원에서 다중감각적 관점으로 확장했다. 특히 BMW는 이를 공학이 아닌 미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이동성의 미래를 선보였다.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을 통해 이동성의 개념을 운전자의 청각, 시각, 공감적 관점으로 확장했다. 이로써 우리의 몸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감정도 A에서 B로 이동시키는 경험, 그 이동 경험에 집중했다. 즉 기업의 핵심인 자동차는 그대로 두되, 이동의 개념을 '움직여 위치를 바꾸는 것'이 아닌 디지털 기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이동 경험으로써, 감각적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재정의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BMW가 운전자의 감각적 경험을 기반으로 이동성의 경험 가치를 확장했다면 현대차는 이동성의 본질은 그대로 두되, 이동 경험을 다양한 산업적 차원으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짧게나마 온라인으로 만나본 이번 CES는 디자인 싱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용자 중심의 리디자인을 위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동성의 확장은 무엇인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또 다른 관점으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