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벤처촉진지구' 10년 만에 지정...추가 신청 이어질 듯

10년 만에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이하 벤처촉진지구)가 지정된 것은 '제2 벤처 붐'으로 불릴 정도로 뜨거운 최근의 창업 열기가 반영된 결과다.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벤처·스타트업에 역대 최대 금액이 투자됐고, 유니콘 기업은 물론 아기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 등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유치에 적극 나섰다. 벤처촉진지구는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2002년까지 24개 지구가 지정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높았다. 이후에는 2004년(제주)과 2011년(수원)에 1개씩 지정되는 데 그쳤다. 벤처버블 사태 등을 겪으면서 지자체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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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반전된 것은 최근 벤처·스타트업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다. 지난해 국내 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벤처캐피털은 물론 외국인,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투자가 활발했다. 스타트업 성장도 두드러졌다. 기업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이 역대 최대인 15개를 기록했다.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의 아기 유니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으로 도약한 기업도 크게 늘었다. 이에 지자체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벤처·스타트업 유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벤처촉진지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중소기업 중 10% 이상이 벤처기업이어야 하고, 지구 안에 대학과 연구기관도 소재해야 한다. 또 교통·통신·금융 등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번에 지정된 관악구와 강남구는 이 같은 요건을 두루 갖췄다. 관악구 벤처촉진지구는 크게 서울대 캠퍼스와 신림, 낙성지구로 구성돼 있다. 서울대 지구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공학컨설팅 센터 등 벤처·창업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어 공대와 연구동 중심으로 학생과 교수창업이 활발하다. 과거 고시촌으로 알려졌던 신림동 지구에는 창업 히어-로(HERE-RO), 관악에스지구(관악S밸리) 스타트업 센터, 디노랩 제2센터 등 벤처·창업 거점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낙성지구는 지하철역 두 곳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로, 낙성벤처창업센터·서울창업센터관악 등 창업거점 시설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의 입주공간이 제공될 예정이다.

강남구는 팁스(TIPS)타운 개관 이후 스타트업이 모여들면서 주목받았다. 중기부에 등록된 창업투자회사 197개사 중 135개사(68.5%)와 벤처투자조합을 등록한 유한회사 또는 유한책임회사(LLC) 41개사 중 26개사(63.4%)가 강남에 있어 금융 인프라가 우수하다. 또 국내 유니콘 기업 15개사 중 야놀자·비바리퍼플리카 등 8개사가 강남구에 위치하며, 한국과학기술원과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의 지원역량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강남벤처집적지구는 영국 런던 테크시티와 같이 도심 중심에 입지한 금융 기반 창업단지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창업 열기가 이어져 신규 벤처촉진지구가 지정될 가능성도 높다. 중기부 관계자는 “벤처촉진지구 신청과 관련해 지자체들이 문의해 오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신청하면 검토해서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