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백신 강국' 가능하다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3일 백신 관련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하면서 “제2 반도체로 만들겠다”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백신 플랫폼별로 국산 기술력 확보와 독자 생산 역량 확충까지 도전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활동에 제약이 생겼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리더들은 앞을 내다봐야 한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에 확고한 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반갑다.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아직 낮다.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나라가 지정한 필수 백신도 절반 넘게 해외에서 공급받고 있다. 백신을 만드는 원부자재 자급률도 주요국에 비하면 미미하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잠재력도 갖췄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백신 관련 수출은 5억2999만달러로 사상 최대다.

글로벌 백신시장 확대에 따라 △백신 캐리어·저온박스 △스테롤(mRNA 백신 LNP 구성 원료) △주사기 등의 수출이 최고치를 경신한 덕이다. 일부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위탁생산으로 관련 노하우를 쌓은 것도 '백신강국'을 가능케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생산을 맡으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대기업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저력 발휘가 기대된다.

감염병 발생은 이제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00년 이후에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대형 감염병이 4차례 세계를 휩쓸었다. 특히 코로나19는 백신 자급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었다. 자체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없는 국가는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 정책을 주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다음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은 세계 최고의 방역 국가이자 백신 주권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한 표현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