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이 업어 키웠다'는 말이 있다. 중국 게임사가 2000년대 초반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미르의전설2'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를 카피하면서 기술력, 기획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 한국 게임 베끼기는 더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미르 지식재산권(IP) 보유자인 위메이드는 중국에서 미르 IP를 무단 사용한 모바일 게임만 70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IP는 베꼈지만 이용자인터페이스(UI)나 비즈니스모델(BM) 수준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유의 중국색 때문에 퇴색하기는 했지만 기획력만큼은 보고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020년을 전후로 중국이 게임 내 중국색을 지우고 자체 IP 흥행작을 내놓으며 한국 게임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국한됐던 장르는 공성전게임(AOS), 전략, 하이퍼캐주얼, 캐주얼, 액션, 1인칭·3인칭슈팅 등으로 확장했다. 2차원 미소녀 게임은 중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며 새 시장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역전 현상 원인을 국내 게임사의 안주에서 찾는다. 우리가 확률형 아이템에 기대는 동안 중국은 VIP시스템 등 BM을 다양화, 고도화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식 BM은 초기에는 글로벌 이용자의 반발이 있었으나 확정적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과 돈을 쓴 만큼 대우를 받는다는 이유에서 현재 글로벌 게임 다수가 이를 변형해 적용하고 있다.
몇몇 게임사를 제외하고는 돈 되는 MMORPG에 집중하는 추세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바일로 이식하거나 유명 지식재산권(IP) 스킨 버전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성이 떨어졌다. 차세대 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데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 내 게임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게임과 한국 게임의 세계 무대 속 격차는 커질 수 있다. 중국 게임사가 해외 시장을 직접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은 물론 일본과 서구권 회사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AAA급 시장까지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콘솔 저변은 2014년 개방 후 당국 규제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게임을 개발하고 외국 자본 유치에도 성공했다. 텐센트는 2021년 51개사에 투자했는데 그중 절반이 PC, 콘솔 개발 경험이 있는 회사다. 자회사인 티미 스튜디오를 통해 몬트리올과 시애틀에 PC, 콘솔 개발지사도 설립했다. 넷이즈 역시 캐나다와 일본에 스튜디오를 신설하며 콘솔게임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콘솔로 행보를 넓힘에 따라 국내 인재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고품질 게임을 만들고 싶은 열망을 가진 개발자가 중국 회사로 떠난다. 국내에서 AAA급 게임을 만드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호요, 넷이즈, 텐센트에서 한국인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판호로 인한 불공정 경쟁, 생태계 교란 등 중국 게임이 일으키는 문제는 많지만 기획, 기술 등 여러 부문에서 우리를 앞서기 시작했다”라며 “국내 게임사가 역대급 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여전히 중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분명히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