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잘 나가는데"…1종도 공급 못한 韓 타이어 '빅3'

국내 대표 타이어 빅3 '한국·금호·넥센'이 제네시스 새 플래그십 세단 'G90' 신차용 타이어(OET) 공급권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20만대 이상 팔릴만큼 성장한 제네시스용 타이어의 외산 독식 구조가 계속됐다. 국내 타이어 업체는 지속된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국내 완성차의 외면까지 더해져 이중고에 빠졌다.

제네시스 G90에 출고용으로 장착된 미쉐린 타이어. 정치연 기자
<제네시스 G90에 출고용으로 장착된 미쉐린 타이어. 정치연 기자>

현대차그룹은 이달 고객 인도를 시작할 제네시스 새 플래그십 세단 'G90'의 OET 공급사로 '미쉐린'과 '피렐리'를 선정했다. 이로써 국산 타이어 3사는 2015년 말 제네시스의 독립 브랜드 출범 이후 새로 구축한 8종 신차 라인업에 1종도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중대형차를 중심으로 미쉐린, 콘티넨탈을 비롯해 '브리지스톤' '피렐리' '굿이어' 등 수입 타이어 공급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품질이 우수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줄 수 있다는 이유다. 2019년 이후 출시한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 'K5' 등은 대중 중형 세단임에도 이례적으로 수입 타이어를 채택했다. 기아 '카니발'과 '쏘렌토' 등도 수입 타이어를 장착했다.

타이어 업계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용 타이어도 국내 완성차의 수입 타이어 선호가 뚜렷하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신차 개발 단계부터 미쉐린과 함께 전용 타이어를 개발해 장착했다. 기아 'EV6'는 콘티넨탈과 함께 국산인 금호와 넥센을 병행 장착했으나 한국타이어는 제외했다.

국산 타이어와 현대차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그해 3월 한국타이어가 제네시스에 공급한 제품에서 편마모로 인한 소음·진동 문제가 불거져 4만3000대분을 전량 교체했다. 같은 해 12월 말 한국타이어가 제네시스에 공급한 '벤투스 S1 노블2'는 측면 크랙으로 공기압이 낮아질 수 있는 결함이 발견돼 1만2848대 타이어를 교환해주는 대규모 리콜에 나섰다. 두 차례나 결함이 드러나며 제네시스로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쌓고 있던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한 제네시스 G90. 정치연 기자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한 제네시스 G90. 정치연 기자>

이후 현대차그룹 공급망이 중형 차급 이하로 제한되면서 국산 3사의 국내 완성차 업체 OET 공급 비중은 2017년 30%대에서 2020년 20%대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20% 미만까지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타이어 3사가 주축인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지난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국산 중대형 고급 승용차 출고 시 국산 타이어 장착 기회를 제공,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도록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으나 1년째 공급 확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국산 타이어 업체 관계자는 “국산 브랜드는 유럽 전문지 평가에서 호평받고 폭스바겐그룹 등과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국내외 완성차에 공급할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산 보호주의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공급 비중이 줄어든 건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타이어업체가 정부에 자국산 보호를 호소하기보단 브랜드 이미지 제고 노력과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해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산 타이어 3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3%대다. 국내 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2%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미쉐린과 브리지스톤 역시 3% 수준이나 매출액 자체가 한국타이어 네 배에 이르기 때문에 실제 투자액 편차는 더 크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