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해 넘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개인정보보호법 전면개정안 처리가 해를 넘겼지만 진척이 없다.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국무회의 등을 거치며 개정안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국회로 넘어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수개월째 상정돼 있다. 개정안을 제정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목표인 연내(2021년) 처리는커녕 올해에도 처리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소관 상임위원회가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ET톡]해 넘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개정안은 인공지능(AI) 등 기술 변화에 대응해 정보 주체인 국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본인의 개인정보 이동을 요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 등 대응권 등을 신설했다. 개인정보 관련 규제는 형벌 중심에서 경제 제재 중심으로 전환했다.

쟁점도 존재한다. 전체 매출의 3% 과징금 부과 기준에 대해 기업이 반발하고, 일부 의원은 자율규제단체 지정과 지원 근거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과 법안 처리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해 관계자끼리 합의를 통해 개정안의 최종 대안을 수립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개정안 처리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 처리 지연은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경제 활성화 지연으로 이어진다. 개정안에 담긴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조항 등이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송요구권은 국민이 기업 등 개인정보 처리자가 보유한 자신의 개인정보를 본인 또는 다른 기업에 직접 전송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공공 등 일부 분야에서만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이 전 국민, 전 분야를 대상으로 확산할 수 있다.

공교롭게 여야 대선 후보들은 '데이터'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디지털 전환 성장을 위해 물적·제도적·인적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며 디지털 특화 미래 인재 100만명 양성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전 산업 분야 확장, 안심데이터 도입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에서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약은 개인정보보호법 전면개정안 처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미사여구의 나열에 불과하다. 여당과 제1야당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기반이 되는 개정안 처리에도 노력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게임 등 디지털 분야에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지만 정작 입법 과정에선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개인정보보호법 전면개정안 처리에 무관심한 여야가 내놓는 디지털 공약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까.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