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사이버 자산운용 영토 확장해야

[핀테크 칼럼]사이버 자산운용 영토 확장해야

은행산업에 이어 자본시장에서도 핀테크 활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중 가장 뜨거운 분야는 로보어드바이저(RA)다.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미리 짠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운용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운용자다.

2016년 코스콤 RA 테스트베드가 시작된 이래 초기 2~3년은 증가세가 미미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으로 3년 새 3배 이상, 연 50%로의 고성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업체도 50여 개사로 늘었다.

성장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첫째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맞춤형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고유의 강점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본다.

기존 자산운용에선 고액 경우에만 전문서비스를 받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10만~20만원을 맡겨도 AI(인공지능)로 자산관리를 해 준다.

이 때문에 편리함과 가성비에 특히 민감한 2030세대의 인기가 높다.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핀테크증권사의 MZ세대 계좌가 급증한 점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 금소법 이후 금융사의 마케팅전략 변화도 요인 중 하나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이 금소법 시행 이후 판매가 어려워진 사모펀드 대신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영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간편한 절차와 시간비용 절감효과 외에 펀드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다.

셋째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시장 확대 요인이다. 작년 1년간 코스콤에서 집계한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수익률을 보면 평균 11%, 주식비중이 높은 적극형의 경우 16.3%였다. 이는 작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 3.6%에 비하면 상당히 돋보이는 성과다.

이 외에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으로 해외시장 분석에 강점이 있다. 서학개미 등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증가한 점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을 높여 줬다는 분석이다.

시장 구조는 어떤가. 우선 본격적으로 펀드를 출시하고 있는 업체는 15개사다. 그중 디셈버, 파운트, 쿼터백, 에임, 콴트 등이 선두업체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하고 해외투자에 특화된 크래프트테크놀로지도 관심 대상이다.

영업 형태는 핀테크업체 고객 채널이 약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핀테크업체 단독보다 증권, 은행 등 금융사와의 협업 형태가 대부분이다.

금융사는 고객 기반, 핀테크업체는 운용알고리즘을 통한 운용자문을 제공하는 식이다. 펀드 종류는 주식 중심의 적극형, 주식·채권의 중립형, 채권 중심의 안정형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성격상 투자자 니즈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은 상당히 밝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2018년 650조원, 2023년 300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1조9000억원 규모는 미국의 2018년 대비로도 0.2%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식시가총액이 미국의 4.7%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그만큼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핀테크증권사의 MZ 세대 계좌 증가, 퇴직연금, 마이데이터 활용 등과 관련해 로보어드바이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우리나라 로보어드바이저시장은 초기 단계다. 10~20년 후엔 IT·디지털에 익숙한 MZ 세대들이 금융산업 핵심 고객으로, 자산운용 및 퇴직연금시장의 큰손이 될 것이라고 보면 좀 더 전향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소규모라도 점진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및 ISA 계좌의 일임 운용, 비대면 판매 허용 등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거침없이 '사이버 자산운용 영토'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ysjung1617@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