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도래 벤처펀드 쏟아진다..."중간회수 시장 확대해야"

벤처투자시장에 구주 매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13~2015년 무렵 결성된 벤처펀드가 올해 대거 만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올해만 약 5조원에 이르는 벤처펀드 만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벤처캐피털(VC)은 자칫 잘못하다 유망 기업 지분을 헐값에 매각해야 할까 전전긍긍이다. 만기를 앞둔 벤처펀드를 통째로 사들이는 테일엔드펀드 등 다양한 방식의 구주 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만기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로 만기 도래하는 벤처펀드는 총 183개에 이른다. 펀드 규모는 4조9445억원에 달한다. 벤처펀드 존속 기간은 통상 7~8년으로 설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2014~2015년 결성된 약 2조5000억원 규모 벤처펀드가 올해 펀드를 청산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 5조원에 육박한 건 지난해 만기를 연장한 펀드들이 대거 등장해서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속속 도래하는 펀드 만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해 출자자에게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한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거나 세컨더리펀드를 대상으로 구주를 매각해 펀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가 역대 최대 규모 공모 실적을 달성한 것 역시 만기 도래가 임박한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이 이어진 결과”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까지 결성된 세컨더리펀드 수는 29개. 앞서 한 해 15개 안팎의 세컨더리펀드가 결성됐던 것에 비해 약 2배가 늘었다. 미처 상장 단계에 이르지 못한 유망 기업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펀드 수익률을 맞추려는 움직임들이 세컨더리펀드 수의 증가를 불러왔다.

지난해 들어서는 만기도래가 임박한 펀드를 통째로 사들이는 테일엔드펀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성장이 유망한 기업을 무리해 상장시키는 방식으로 회수하기보다는 비상장 시장에서 적정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투자자와 운용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의 규모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데 반해 중간 회수 시장은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2023년에는 3조6400억원, 2024년에는 3조9900억원, 2025년에는 4조7000억원에 이르는 벤처펀드의 만기가 다가온다. 2026년부터는 한해 5조원이 넘는 벤처펀드가 만기 도래한다. 한해 결성되는 벤처펀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연스레 만기도래 규모도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9조원이 넘는 벤처펀드가 결성된 만큼 2028년 무렵에는 만기 도래 규모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에 투자기업의 중간 회수를 뒷받침할 시장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 규모가 커져 무리한 기업 상장과 같은 부작용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에는 투자기업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수 시장에 대한 개선 없이 펀드 결성만을 늘린 결과가 7~8년이 지나 돌아오고 있다”면서 “이제라고 하루빨리 중간회수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만기도래 벤처펀드 쏟아진다..."중간회수 시장 확대해야"

<표> 2022년 이후 벤처펀드 만기도래액 추이 (단위:억원)

<표> 벤처펀드 신규 결성 추이 (단위:억원)

만기도래 벤처펀드 쏟아진다..."중간회수 시장 확대해야"
만기도래 벤처펀드 쏟아진다..."중간회수 시장 확대해야"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