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내비 반도체 '결품 사태'...26일부터 전차종 생산 '비상'

ST마이크로 MCU 납품 차질
“생산계획 불투명” 긴급 공지
車반도체 공급난까지 이중고
납기 최장 12개월서 더 걸릴듯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가 내비게이션 탑재 차량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내비게이션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당장 26일부터 해당 차종 생산이 미뤄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미 전 차종 납기 일정이 최소 3개월에서 최장 12개월까지 소요되는 상황에서 생산 일정 추가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주말 인트라넷에 생산 관련 긴급 공지사항을 올려 전 차종 내비게이션 반도체 결품으로 26일부터 생산 계획이 불투명하다고 공유했다. 차종별 반도체 결품 시점은 차이가 있으나 계약자 대다수가 내비게이션 사양을 선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차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현대차 쏘나타 실내.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현대차 쏘나타 실내.>

결품이 발생한 반도체 품목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현대차에 공급하는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용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이다. 현대차는 내부 공지문에서 “해당 회사의 제조 공정에서 대량 불량 발생으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고 결품 배경을 밝혔다. ST마이크로 측은 “여러 업계 벤더와 채널을 통해 고객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수급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ST마이크로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세계 5대 반도체 업체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한다.

현대차는 반도체 결품 사태로 26일 이후 생산 일정과 출고 계획을 미공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차종별 생산 계획 등은 확정 시 추가로 내용을 공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영업 관련 부서에는 “26일 이후 생산계획이 계속 밀릴 수 있다”면서 “고객 상담 시 현재 나온 생산 계획으로 납기 일정을 상담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보다 앞서 현대차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1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주요 현대차 모델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3개월에서 12개월이 소요된다. 납기가 미뤄지는 주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다. 3만대 이상이 대기 중인 아반떼는 6개월, 4만4000대를 주문받은 아이오닉5는 12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현대차는 안내하고 있다. 3만4000대 주문이 밀린 투싼은 납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 별도 공지로 분류했다.

수출을 위해 정박 중인 자동차 운반선.
<수출을 위해 정박 중인 자동차 운반선.>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특정 부품에 들어가는 하나의 반도체 공급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는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급과 생산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 반도체 결품과 이달 말부터 시작될 설 연휴가 맞물리면서 2월 신규 계약 시 주문 대기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계약 고객 안내를 위해 매달 초 생산 계획과 납기 일정을 영업 일선에 공유한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반도체는 다른 자동차 부품과 달리 선주문자 우선 체계이므로 주문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단기 주문 방식에서 완성차의 장기간 수요 예측, 생산 계획과 연계한 부품 수요를 하위 협력사에 순차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반도체 공급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공동취재 권동준, 이형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