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칼럼]'미래 통신' 오픈이노베이션

최근 학계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미래 통신, IT 부품 분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산업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한 많은 대학 연구실에서 자체적인 5G, 6G 핵심 부품 기술을 선보였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혁신 기술 및 성과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출시, 차세대 무선 통신산업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몇 년 전부터 포착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무선 통신 산업의 생태계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무선 통신 분야에서 완성품을 국내외에 판매·공급하는 대기업은 제조와 조립 중심으로 성장했다.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에 부품과 자재를 공급하는 생태계 구조로 성장했다. 학계는 대기업과 협업해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관련 기업에 입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 무선 통신 산업과 기술이 세계적 반열에 올라가는 데 크게 기여한 효율적인 협업 체계였다.

문자, 음성통화, 데이터 통신 등과 같이 최종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비교적 단일화된 기존 무선 통신 세대에서는 완제품, 무선 통신 부품 개발 전략 역시 톱다운(Top down) 전략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특정 산업과 기업군 중심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과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차세대 무선 통신 생태계에서 기존과 같은 전략은 재고해야 한다.

한 예로 초광대역 무선 기술(UWB), 사물인터넷(IoT)처럼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범위를 상대적으로 폭넓게 설정할 때 기존 생태계로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쉽지 않다. 문제는 5G, 6G를 비롯한 차세대 무선 통신이 이와 유사한 형태로의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 대두와 진화는 무선 통신 부품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메타버스의 향방을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5G 통신을 비롯한 차세대 무선 통신 부품의 생태계 운용 관점에서 기존 선택과 집중 전략 대신 기동력, 순발력, 다양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수직 가치 사슬이나 특정 기업의 중앙 연구소 중심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다수의 기업, 연구소, 대학 등으로 구성된 다자 간 오픈 이노베이션이 대안일 수 있다.

ESG 경영, 상생 협력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는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과 행위는 낯설지 않다. 여기서 진화된 무선 통신 부품 분야에서의 다자 간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로 구성된다. 결과적으로 운용의 폭이 훨씬 다양하고 넓어진다.

예를 들어 복수의 주파수 대역이 후보군으로 검토되고 있는 6G 통신에서 이에 대한 활용 전략, 비즈니스 모델 등에 다수의 참여자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시나리오를 들 수 있다. 갈수록 다양한 부품 간 호환성이 매우 중요한 현재 다양한 부품과 세부 기술을 연구하는 다수의 연구소와 다수의 잠재적 수요자가 초기부터 협력해서 공동 투자·출자하고 이에 대한 권리를 분할·공유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수요 또는 공급 역할로 참여하는 기관에도 참여 조건과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다자 간 오픈 이노베이션의 목적과 정신은 기술 선진국·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이 제한된 우리나라의 전자부품 생태계에 적합하다. 갈수록 증가하는 연구개발 비용과 사업 실패 시 막대한 타격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효율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략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통신 부품 상생 협력 모델을 보완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현재 미국, 영국, 중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규모의 다자 간 차세대 6G 통신 연구개발센터 운영 등을 통해 가능성이 입증됐다.

홍원빈 포스텍 교수
<홍원빈 포스텍 교수>

메타버스와 같은 차세대 플랫폼이 정확히 어느 세부 분야를 중심으로 폭발적 성장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무선 통신 부품 분야는 예상치 못한 수요에도 대응 가능한 체질로의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다자 간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홍원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whong@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