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K-그린 강국'을 꿈꾸며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1953년에 발표된 황순원 소설 '소나기'는 갑자기 쏟아진 비에 흠뻑 젖은 소년과 소녀가, 수숫단 속에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 어린 시절 순수함과 고향 정취를 아름답게 묘사한 한국 문학 수작으로 꼽힌다. 그런데 필자는 어린 시절 소설 '소나기'의 안타까운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음 한 구석에 아련함을 간직했었던 적이 있다.

“만일 근처에 울창한 나무와 숲이 있었다면 소녀가 금방 비를 피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아프지도 않고, 마침내 소년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1950년대 당시에 우리 들녘과 산에서 비를 피해줄 울창한 나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녹음이 우거진 숲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60년대 본격적으로 추진된 자연보호와 산림녹화 정책 덕분이다.

정부는 식목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전 국민이 동참해 나무심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 일본보다 한발 앞서 1963년에 '공해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정책이 대한민국을 지금의 세계적 산림녹화 성공국가로 이끌어 낸 것이다.

21세기에는 이 '자연보호'와 '산림녹화'라는 단어도 진화했다. '탄소중립'과 '그린뉴딜'로 그 표현과 개념이 바뀌고 있다. 세계 각국은 2015년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 기후협약(COP21) 이후 탄소배출 관련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으며 25개국이 공식적인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앞으로 '글로벌 뉴노멀 탄소중립'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서 최근 공식적으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 역시 산업구조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즉 과거 산림녹화를 '추격하는 국가(Follower)'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탄소중립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First Mover)'로 '전환'하고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 역시 당면한 기후·환경위기 극복과 선도형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경제 실현과 그린강국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자 역시 국내 유일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으로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경제로 대전환 정책 지원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 KTL은 환경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역량과 시험인증 경험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분야 안전성 평가기반을 구축했다. 사용 후 배터리 시험검사체계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또 산업 공정별 폐자원 에너지 전환 실증지원, 국내 산업 환경에 적합한 RE100 인증체계 구축과 더불어 무공해차 자율주행, 스마트 그리드 등 미래 녹색산업 선점을 위한 국제표준화 활동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형 청정수소 인증제도 개발과 보급, 이를 뒷받침하는 고정밀 계량기술 구축은 미래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정부와 KTL은 우리 산업이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것과 더불어 세계 중심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정책과 기술이라는 두 손을 맞잡고 산업현장을 적극 이끌고 있다.

우리 모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과거 소설 '소나기' 시절 전 국민이 나무심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부문이 함께 한다면, 우리나라가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적인 'K-그린 강국'으로 도약하는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sejongkim@ktl.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