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의 산업강국 나침반] <1>대전환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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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혁신,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이 전 지구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코로나19 확산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머지않아 재편될 국제질서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기술에 따라 세계 패권지도는 다시 그려질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 선진국 문턱을 넘은 대한민국은 다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임인년 새해, 대한민국은 산업 대전환을 통해 향후 100년간 흔들리지 않는 산업강국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화와 지능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을 폭발시키면서 전통적 산업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1차, 2차, 3차 산업분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나아가 제품, 서비스의 경계가 없어지고 상호 융합하면서, 이제 제품은 소유의 대상이 아닌 활용 대가를 받는 대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혁신이 이러한 변화의 주역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사물인터넷으로 실시간 연동되면서 상호순환 작용을 통해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27.5%(2018년)로 독일 21.2%, 일본 21.1%, 미국 11.4%보다 높다. UNIDO에 의하면 2018년 기준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제조 활동을 둘러싼 산업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어 세계경제포럼에 의하면 세계 2위의 강력한 생산구조를 가진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과 5G,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신산업이 함께 하는 탄탄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력산업과 신산업이 함께 발전되어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한국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은 산업구조 다양성 측면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보다 다양해 디지털화의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또 디지털화 측면에서는 일본, 독일보다 앞서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산업화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는 이유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유럽의 탄소국경세 도입, RE100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확산 등 탄소중립과 친환경화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시장진입 규제,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기술혁신, 신산업 창출을 통해 지속발전 가능한 성장의 원천 마련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개방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우리나라는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에너지 수급구조를 바꾸고,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구조전환과 전산업의 친환경화라는 산업구조 혁신을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한다.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탄소중립 달성까지 남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주력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게 탄소중립은 매우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개혁으로 달성해야 하는 필수 과제이다. 탄소중립은 대한민국이 극복해야 할 위기이자, 활용해야 할 기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드 협정과 GATT 협정으로 자유무역이 확산되었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전 세계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글로벌 가치사슬 체제가 구축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따라 미중 분쟁이 격화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 형성과 확산에 있어 저비용, 고효율만이 아닌 공급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었다. 세계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전략적 가치를 중심으로 경제와 안보가 함께하는 글로벌 가치사슬로 재편되고 있다. 세계무역과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대와 함께 급속히 성장해 온 한국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변화에 대응하면서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전략적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무역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대한 대응은 우리나라의 생존과 직결되는 현안 과제이다.

[성윤모의 산업강국 나침반] <1>대전환으로 나아가자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서 대한민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기술주권을 확보한 산업강국'을 만드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신산업과 주력산업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산업 대전환을 이룩해야 한다.

우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이 시급하다. 첫째,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 새로운 가치와 방법에 도전, 재도전해서 성공 경험을 축적하고, 우리만의 핵심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은 물론 이를 실제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제도혁신이 필수적이다. 둘째는 GDP, 경제성장률 등 양적 성장목표가 아닌 고용 창출, 양극화 해소 등 경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질적 성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함께 성과를 공유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셋째는 비용과 효율에 의한 자유무역 경쟁력이 아닌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전략적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전략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가 아니면 안 되는 기술, 제품, 서비스, 기업 등 우리만의 핵심 자산을 만들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로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새로움에 도전하고 위험을 공유하고, 실패와 성공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민관의 연대와 협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그리고 산업 내 및 산업 간에서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나아가 국가 간, 글로벌 기업 간에도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임인년, 새 아침이 밝았다. 바로 지금부터다.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을 시작하자!

성윤모 한국산업기술대학 이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yunmos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