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이통사 장벽…후발 본인확인기관, 우회로 찾기 고심

수익감소·시장 장악력 약화 우려
이통3사 비협조에 협상 미뤄져
비대면 통신 등 진입 타개책 모색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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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본인확인기관이 지정된 지 6개월이 됐지만 이통사와 시장 진출 실무협의를 시작한 신규 기관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본인확인 수단을 다양화하고 시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진입 문턱을 낮췄지만 정작 높은 시장 장악력을 무기로 실무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책 목표가 빛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발주자들은 이통사 패스의 높은 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운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신규 사업자와 이통3사간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신규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다. 금융결제원은 공동인증서를 본인확인수단으로 제공해왔으나 2020년 본인확인기관으로 재지정받으면서 사설인증서인 금융인증서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사설인증서를 전자서명인증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사설인증서 사업자들이 마이데이터 등 본인확인 관련 업무와 시장 확대를 위해 본인확인기관 지정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기반 본인확인 시장의 약 98% 이상을 장악한 이통3사 패스(PASS)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계기관을 통해 이통사와 협의해야 하는데 아직 제대로 된 실무협의가 시작된 곳이 하나도 없다.

한 본인확인기관 관계자는 “다수 중계기관과 계약을 맺고 이통사 협의를 타진하고 있지만 수 개월째 회의 한 번 못 해봤다”며 “패스 외에 여러 간편인증을 함께 제공하면 그동안 유지해온 시장 장악력이나 수수료 수익 감소를 우려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관 지정을 준비하는 모 은행 관계자는 “본인확인기관 지정을 준비하며 시장을 파악해보니 이통3사 패스와 맞경쟁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틈새시장으로 우회해 서비스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우회 진출로는 비대면 통신 시장이다. 특히 알뜰폰의 경우 현재 비대면으로 서비스 가입 시 범용 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로만 본인확인을 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미성년자 등이 많아 후발 본인인증기관이 진입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된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최근 KT와 개별 협약을 맺고 KT 알뜰폰에 본인확인서비스와 토스인증서를 제공하기로 했다. KT 알뜰폰 사업자 온라인몰이나 토스 앱에서 휴대폰을 개통하면 토스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고 비대면 가입 과정에서 본인인증 절차로 토스인증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내달 본인확인기관 신청 접수를 준비하는 다수 은행권도 알뜰폰을 비롯한 비대면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되면 마이데이터 등 자체 서비스에서 본인확인에 필요한 번거로운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효과가 획기적으로 크다”며 “내부 업무절차 개선이 1차 목적이지만 외부 적용 확대도 반드시 필요해서 비대면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통사 측은 통신사 영향력 때문에 후발 본인확인기관과 중계기관(영업대행사) 실무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후발 본인확인기관은 영업대행사와 협의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법적으로 승인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