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형 가맹점 카드수수료 현실화

[ET톡]대형 가맹점 카드수수료 현실화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우대 가맹점이 늘고 인건비 등 원가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말처럼 카드사 수수료 인상은 현실이 됐다.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처럼 인상 대상인 가맹점은 반발했다. 최근 발생한 카드사와 일반 가맹점 간 갈등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영세가맹점 요율을 조정한다. 이외에 연 매출 30억원 이상 일반·대형 가맹점은 카드사와 개별 협상을 거쳐 요율을 정한다. 이들도 3년마다 재협상하며, 상한선은 2.3%다.

문제는 수수료 구간이 기형적이라는 점이다. 원가 이하 수수료를 적용받는 우대가맹점 비율은 전체 가맹점 가운데 96%를 차지한다. 2007년 당시 영세가맹점은 카드가맹점 수수료로 4.5%를 냈지만 최근까지 14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부문 수익도 눈에 띄게 줄었다.

범위도 정부 정책으로 계속 넓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우대 수수료율 조정에서도 기존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 않던 연 매출 3억~30억원 중소 카드가맹점도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영세 가맹점 220만곳에 대해 수수료를 종전 0.8∼1.6%(체크카드 0.5∼1.3%)에서 0.5∼1.5%(체크카드 0.25∼1.25%)로 각각 인하했다.

이렇게 줄어든 수익성은 카드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개별 협상 대상인 일반·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과도한 수수료 인하정책에 따른 손실 보전이 어렵다.

해결 방안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형가맹점은 카드사에 슈퍼 갑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2019년 현대차는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신한·삼성·롯데카드와 마찰을 빚어 해당 카드사의 결제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도 카드사는 자동차, 항공, 통신 등 대형가맹점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마트협회도 최근 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현행 최고 수수료율 2.3%를 통보한 카드사에 대해 가맹점 해지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다른 가맹점에도 해당 카드사에 대한 '거부 운동'을 확산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보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3년마다 되풀이되는 협상 갈등의 시작은 언제나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였다. 역진성 해소라는 정부 정책 목표가 부합하면서 시장이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