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기 마지막 3·1절...北·日에 '협력의 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임기 마지막 3·1절 메시지를 통해 북한과 일본에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 다만 일본에는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며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대한사람 대한으로'를 주제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우리는 이제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부강한 나라가 됐다. 세계가 공인하는 선진국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문화와 디지털·신기술 부문에서 세계적 강국으로 떠오른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가슴 벅찬 일은 대한민국이 수준 높은 문화의 나라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3·1독립선언서에는 독립운동 목적 중 하나로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빛나는 민족문화를 맺고 세계 문화에 이바지할 기회를 갖는 데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 강국을 희망했었다.

문 대통령은 “한 세기 전, 선열들이 바랐던 꿈을 이뤄내고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며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을 언급했다. 클래식 음악과 발레에서도 한국인 재능이 세계의 격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문화를 개방한 김대중 정부를 언급하면서는 “오히려 일본문화를 압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디지털·기술 패권 경쟁과 신냉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제가 곧 안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안보인 시대, 글로벌 공급망 어려움도 헤쳐 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우리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또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추진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등을 언급하면서는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동력을 국민과 함깨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더 강해지기 위해선 한반도 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한에 다시 한번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 항일독립운동의 큰 줄기는 민족의 대동단결과 통합이었다”면서 “우선 우리가 이루어야 할 일은 평화”라고 했다. 그러나 남북간·북미간 대화가 끊기면서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며 “평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화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겐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면서도 “한일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이뤄졌던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 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