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3년만에 최고치…줄줄이 뛰는 원자재 가격 '초비상'

[사진= 한국석유공사 제공]
[사진= 한국석유공사 제공]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에 국제유가가 13년여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철강과 비철금속 가격도 대폭 올랐다. 불똥이 튄 국내 일부 기업은 공장 가동률 축소 등을 포함한 '비상 플랜' 검토에 돌입했다.

7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130.33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영국 브렌트유는 장중 130.89달러까지 상승했다. 하루 사이 상승률은 10% 안팎에 이른다. 양 원유 가격이 13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년간 상승률은 각각 87.41%, 83.38%로 집계됐다.

국제유가는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파르게 뛰었다. 러시아는 석유를 하루 700만 배럴 수출한다. 세계 공급량 대비 약 7%를 차지한다. 여기에 이란산 원유 수출을 재개할 '이란 핵협상'이 교착 상태라는 보도가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러시아 석유 수출 금지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원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뛸 수밖에 없고 수요 둔화에 따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러시아산 납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달러 통화 결제가 막히고 러시아 수출길도 온전치 못해 수급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당분간 공장 가동률을 축소하거나 정기보수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원자재인 철강과 비철금속 가격도 올랐다. 철강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톤당 153.3달러로 1주일 만에 1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5.6% 올랐다. 알루미늄과 니켈, 아연 등은 같은 기간 최대 6% 넘게 상승했다. 러시아는 세계 알루미늄 제련 생산의 5.6%, 니켈 정광 공급의 약 11%를 차지한다.

덩달아 철강 가격은 오름세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열연 가격과 철근 가격은 일주일 만에 각각 4.5%, 1.6% 상승했다. 수출 철강사들이 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 최대 철강사 가운데 한 곳인 아르셀로메탈은 제철소 운영을 최소 수준까지 축소키로 했다. 흑해 항만을 통하던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러시아 철강사들은 유럽연합(EU) 제재 등으로 강제 판매를 중단했다.

철강 가격 상승은 조선, 자동차 등 후반산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뛰고 있다”면서 “결국 제품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는데, 수요가 뒷받침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