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플랫폼 업계 "기업 자율 규제로 전환·신구 갈등 중재 나서달라"

[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플랫폼 업계 "기업 자율 규제로 전환·신구 갈등 중재 나서달라"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일상이 지속되면서 디지털전환(DT) 중심에 플랫폼 기업들이 자리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 시장 게임체인저로 등극했다. 기존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쿠팡, 직방, 배달의민족, 요기요, 당근마켓 등 산업별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한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가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이들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정부와 국회의 규제 칼날이 이들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플랫폼 때리기'를 가속화했고,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차지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까지 일어났다.

◇“온플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입법영향평가제' 도입 요구

플랫폼 업계는 오는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같은 플랫폼 산업을 위축하는 규제 움직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플랫폼 업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온플법은 플랫폼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한 법이다. 거대 플랫폼이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행하는 '갑질'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주무 부처를 놓고 혼선을 거듭하면서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민간 중심 자율규제' 원칙을 강조해왔다. 기업 역동성과 혁신성이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공약했다. 플랫폼 회사 내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유도해 기업 스스로 입점 소상공인과 업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분쟁을 투명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안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줄곧 윤 당선인이 규제 최소화 방향으로 플랫폼 경제 정책에 접근해 온 만큼, 플랫폼 기업을 향한 규제 수위를 크게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7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협회·단체들로 이뤄진 디지털경제연합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들은 현재도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공정거래법, 약관규제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개인정보 보호법, 표시광고법, 관세법, 특허법, 저작권법 등 오프라인 시장보다 더 많은 규제로 상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해 왔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무분별한 규제는 혁신을 원동력으로 성장하는 플랫폼 산업의 기반을 저해하고 국민 편익을 감소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온플법이 통과되면 영세한 플랫폼 이용사업자들의 보호라는 입법 목적과는 달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비용 증가로 경영 악화에 직면할 수 있고, 결국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경연측은 중소기업·중소상공인의 피해영향, 소비자 편익, 규제 적합성 등을 비롯해 기존 법률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할 면밀한 실태 조사 및 입법영향평가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신구 갈등 조정에 적극 나서달라”…사회적 합의 장 마련

플랫폼 기업이 폭풍 성장하면서 기존 산업간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택시나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등장했던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산업간 충돌이 이제는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과의 갈등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산업의 갈등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제 막 태통한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도 이러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차기 정부에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장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 플랫폼 업체 규제와 관련해 전향된 입장을 보일 경우 이들과 소상공인, 기존 이해당사자 간 마찰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업계는 범정부 차원 갈등 해소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기존 산업 이해관계자와 신규 플랫폼 사업자의 공생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2020년 6월부터 정부가 사업자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한걸음 모델'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간 한걸음 모델로 갈등이 완벽히 중재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대한민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전 세계에서 자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차기 정부가 업계와 보다 적극 소통하며 난제 해결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진흥 정책이 아닌 규제 권한을 두고 여러 부처가 갈등을 겪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경제부' 신설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부 내 배달애플리케이션(앱), 퀵커머스, e커머스, 포털 등의 다양한 전문 분과를 만들어 속도감 있는 규제완화와 진흥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새로운 플랫폼 노동환경 구축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기반 노동자가 보다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사회보험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또 정해진 시간, 한정된 방식에 매몰된 기존 노동 규범을 개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미래산업에 적합한 새로운 노동환경 구축도 요구했다.

<표> 플랫폼 분야에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

[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플랫폼 업계 "기업 자율 규제로 전환·신구 갈등 중재 나서달라"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