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낡은 유통규제, 원점 재검토 필요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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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은 내수를 떠받치는 중심축이자 일자리 창출 핵심이다. 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고강도 규제로 점철된 유통 생태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간 지속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는 실효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진흥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유통산업발전법도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유통산업의 구조적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전면 보완해야 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협회는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의무휴업 규제의 단계적 개선을 위한 핵심 요구안을 내놨다.

먼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 시간대 온라인 배송 허용이다. 현행법상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이 제한돼 점포 새벽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통법에서 정한 오프라인 영업 규제가 온라인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돼서다.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온라인 사업 규제는 e커머스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대표적 역차별로 꼽힌다.

점포 풀필먼트 개념조차 없던 2012년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지금까지 구속력을 유지해온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는 유통법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모든 점포를 배송기지로 활용해 전국 단위 새벽배송이 가능하며, 인력 감축 우려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낡은 유통규제, 원점 재검토 필요

협회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에만 적용되는 영업규제 역시 소비자 편익 증진과 사업 형평성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무휴업 규제는 10년간 지속됐음에도 대형마트 침체와 고용 감소, 소비 위축, 생산성 저하 등 역효과만 초래했다. 입법 목적인 전통시장 활성화는 이루지 못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폐점한 대형마트 점포수는 총 42개다. 그 사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30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192조원으로 폭풍 성장했다.

현행 유통법에서는 의무휴업 요일을 원칙적으로 공휴일로 정하되 이해관계자가 협의할 경우 휴일이 아닌 날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다. 협회는 공휴일 원칙을 폐지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포함한 준대규모점포의 경우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오전 10시에서 오전 9시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준대규모점포의 경우 의무휴업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맹점에 일괄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실질적 운영 주체를 고려해 규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협회는 대기업 또는 대규모 점포 경영자가 개설비용의 50%를 초과해 부담한 점포만을 준대규모점포에 포함해 규제를 적용하고, 50% 이하인 경우는 유통 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문닫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으로 문닫은 대형마트

e커머스 역시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에서 내세운 '필요시 최소 규제' 원칙에 입각한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춰줄 것을 기대했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이슈로 점화된 과도한 출점 규제도 대수술이 필요하다. 대규모 점포 출점을 제한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제도도 온라인 소비 흐름에 맞춰 대폭 완화해야 한다. 유통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했어도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에 따라 개점이 제한되는 이중규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역협력계획서 제출시 사업조정 관련 사항을 포함하도록 유통법을 개정하면 중복 규제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