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유럽에 110조 투자...아시아 반도체 패권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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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아일랜드, 대규모 제조 인프라
佛, R&D 허브·첨단 일자리 창출
TSMC·삼성전자 투자 규모 견줘
韓·대만 주도 공급망 분산 포석

팻 겔싱어 인텔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2020년 기준 주요 국가별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

인텔이 유럽연합(EU) 반도체 생산 거점 마련에 800억유로(약 109조원)를 투입한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100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이다. 한국·대만 등 아시아가 주도해 온 세계 반도체 생산 거점이 미국과 유럽으로 분산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힘입은 인텔의 투자가 파상공세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인텔, 유럽에 110조 투자...아시아 반도체 패권 견제

인텔은 16일 EU 내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향후 10년간 최대 800억유로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 첫 단계로 독일 작센안할트에 반도체 제조공장(팹) 2곳을 건설한다. 170억유로(23조1200억원)가 투입된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7년 가동한다.

인텔은 120억유로(16조3200억원)를 투입해 아일랜드 레익스립 팹을 2배로 확장한다.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인 '인텔 4'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한다. 기존 투자와 합치면 아일랜드 투자 금액은 300억유로를 상회한다. 이탈리아에는 45억유로를 집행, 반도체 후공정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탈리아는 인텔이 인수하기로 한 파운드리 '타워 세미컨덕터' 팹이 있다. 신규 후공정 설비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유럽 내 반도체 기술 역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R&D 지원에도 뛰어들었다. 프랑스 플라토 드 사클레 지역에 유럽 R&D 허브를 구축, 1000개 첨단 기술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내년을 목표로 인텔 폴란드 연구소도 확장하기로 했다.

인텔의 유럽 투자는 아시아 중심 반도체 제조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EU 정책과 맞물린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73%에 달한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EU가 인텔을 앞세워 대규모 제조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체계를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인텔 역시 삼성과 TSMC에 뒤처진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EU가 유럽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기르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담은 EU 반도체 법안(EU Chips Act)을 발표하자마자 인텔 투자가 확정됐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EU 반도체 법안이 민간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반도체 분야에서 유럽 입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텔의 강공에 따라 시장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인텔은 두 달 전인 1월 미국 오하이오에도 반도체 팹을 건설하기로 했다. 10년간 투자 총액은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총 인텔 투자 규모는 파운드리 기준 TSMC와 삼성전자에 견줄 만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와 2위를 향한 인텔의 추격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인텔 파운드리 팹은 2025년 전후로 가동한다. 퀄컴과 애플 등 반도체 팹리스 고객을 유치하려는 3사 간 각축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