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삼성전자 노조, 주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주식회사는 주주가 출자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설립과 운영이 되는 물적 조직체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자도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결코 주인이라 할 수 없다. 경영자는 주주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고, 노동자는 고용된 직원이다. 회사에서 녹을 받는 경영자나 노동자 모두 주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이치다.

함봉균 기자.
<함봉균 기자.>

최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지금 노조의 모습을 보면 무리한 요구와 생떼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로 지금의 위치를 사수하고 애플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노조에 발목이 잡힐까 걱정된다는 의견이었다. 애플에는 노동조합이 없으며, 최근 소매판매점인 애플스토어 노동자 일부가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주주는 노조가 '귀족노조'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현대자동차 사례처럼 삼성전자 노조가 국민에게 귀족노조라는 인상을 주지 않길 바란다는 의견이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걸핏하면 공장을 세우겠다는 것을 무기로 자기주장만을 관철하는 모습이 삼성전자에서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노조다운 노조,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영진다운 경영진, 다른 한쪽에 주주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가 노조를 비판한 배경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임금 교섭이 타결되지 못하고 초유의 '파업'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의 원인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4개 노조가 꾸린 공동 교섭단은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에 걸쳐 2021년도 임금 협상을 진행하면서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했다. 급여 체계와 관련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현재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포괄임금제와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두 차례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결국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중노위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고, 단체행동에 나서기 전 마지막 단계로 최고경영진과 대화했지만 간격이 여전하다. 주주 입장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고려치 않는 이기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글로벌 선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고 회사를 믿고 투자하는 주주에게도 보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그런데 노조가 먼저 이익의 얼마는 자기 몫으로 챙기겠다고 주장하니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않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주주도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가 없으면 회사의 성장과 미래 역시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와 주주에 앞서 삼성전자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밥그릇을 들고 있으면서 '내 밥그릇' 먼저 늘려 달라는 요구는 납득하기 어렵다. 주주의 목소리를 곱씹어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