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문윤성 SF문학상은 장편에 이어 중단편 부문에서도 수상작을 발표했다. 한국 SF의 트렌드를 짚는 시간이기도, 창작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근심에 동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과학과 비과학 문제를 AI나 로봇 등 설정과 연계해 풀어내는 작품이나, 역사 혹은 고전을 SF식으로 재해석하는 이야기가 여럿 눈에 띈 해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일 수도 있겠으나, 사랑 혹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역시 본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심사를 하며 재미와 새로움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눈에 매력적이고 다른 매체로도 제작될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와 SF소설로서 매혹적인 이야기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SF 소설로서의 완성도와 창의성이 높은 작품이 결국 더 많은 독자를, 나아가 다른 매체로 재해석될 기회를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장편 대상을 받은 김원우 작가의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은 SF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팝콘을 튀겨 옆에 두고 읽어야 할 듯한 소설이다. 코니 윌리스에 오마주를 바치는 설정과 전개, 속 깊은 유머, 사소할 수 있는 설정을 묵직하게 빚어내는 작가의 글솜씨와 재치 있는 대사가 두루 호평을 받았다. 장편 우수상을 받은 유진상 작가의 '조선 사이보그전'은 역사와 SF를, 비과학과 과학을 교차시키는 시도의 작품들 중 가장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중단편 대상을 수상한 이신주 작가의 '내 뒤편의 북소리'는 SF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독창적인 전개와 뒷맛 특이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SF적'으로 보이는 몇몇 설정이 필연적으로 겹치는 응모작 사이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대상작을 결정한 뒤, 이신주 작가가 출품한 중단편 여러 작품이 본심에 올랐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이신주 작가가 쓸 작품들을 기대한다. 중단편 우수상을 수상한 백사혜 작가의 '궤적 잇기'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SF 특유의 방식으로 애상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중단편 가작 중에서 이경 작가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유머러스한 제목처럼 산뜻한 작품이다. 육선민 작가의 '사어들의 세계'와 존 프럼의 '신의 소스코드'는 작가가 가진 미래의 가능성을 이번 작품들만큼이나 높이 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