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55〉뉴노멀: 중립성의 시대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국어사전에서 중립성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아니하고 공정하게 처신하는 성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정국에서 핫하게 얘기되고 있는 중립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몫이고 여기서는 미디어 산업에서 중립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미디어산업에서 중립성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망 중립성일 것이다. 네트워크 뉴트럴리티(Network Neutrality). 지금도 국내에서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넷플릭스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의 법정 논쟁이 한창이다. 그 중심에 망 중립성 개념이 있다.

망 중립성은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조건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옛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의 하나다. 빅테크 기업은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했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눈을 돌리면 망 중립성 정책이 10여년간 격렬한 논쟁 후에 오바마 정부 말기에 정리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뒤집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망 중립성 정책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에서는 다시 오바마 정부의 망 중립성 정책으로 회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는 망 중립성 외에도 데이터 중립성와 앱 중립성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이 논의의 핵심은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학계에서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역할에 대해 특히 독과점 발생 원인으로 주목하고 2010년 후반부터 데이터 중립성을 망 중립성과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2020년 미국 의회 디지털 시장 경쟁보고서에서는 네트워크 외부성에서 빌려온 데이터 외부성이라는 표현으로 데이터를 시장 진입장벽의 하나로 주목했다.

데이터 중립성은 '망 중립성의 좀 더 확장된 개념이라고 하지만 플랫폼 데이터를 원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데이터 사용을 공평하게 제공해야 하고, 만약 데이터 사용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면 플랫폼 계열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자에게 동등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미국 의회에 제출된 빅테크 기업을 향한 독과점방지 법안은 이른바 GAFA(구글·아마존·메타·애플) 등을 향해 사업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 핵심이 바로 데이터다. 예를 들어 아마존으로부터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로부터 데이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사업 분리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얼마 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이른바 앱 중립성 법안(Open App Markets Act)을 수정해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구글과 애플의 앱 시장 독점에 철퇴를 가하는 법안이다. 법안을 제안한 상원의원은 “수십억달러 앱 시장 내 거대한 2개 기업의 철통같은 독과점 체제를 깨뜨리는 것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법안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 중립성은 차기 정부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지털과 플랫폼 개념에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그러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파이프라인에서 플랫폼 전환이라고 보는 현상을 넘어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접근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만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데이터 중립성 개념 아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창의적인 기업이 생겨나고,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더 나은 가치를 우리 모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