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울진 산불과 지구의 경고

이준희 기자
<이준희 기자>

작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서울 면적의 6배 이상이 불탔다. 진화에 3개월이나 걸렸다. 2019년 호주 산불 진화는 6개월이나 걸렸다. TV로 붉고 시꺼먼 산불 현장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거대한 화마는 지난달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일대에도 발생했다. 1973년 이래 역대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다 강한 바람을 타고 봄철 산불이 난 것이다. 산불은 삽시간에 번져 나가면서 진화에 약 90시간이 걸렸다. 산불 피해 면적은 2만523Ha(잠정)로 1986년 산불 통계 집계 이래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과학자들은 빈번해진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발생한 가뭄, 홍수, 태풍, 폭염, 폭우와 같은 재난재해가 국경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달 4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하며 “정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2100년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3.2도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0도가 넘는 사막에서도 사람이 사는데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가 파괴돼 공룡이 멸종한 빙하기와의 지구 온도 차이가 5도에 불과하다. 지금 당장 탄소중립으로 대전환하지 않는다면 100년 만의 가뭄·홍수·태풍이 수시로 발생, 북극곰부터 인간까지 먹거리가 사라지고 공룡 신세가 될 것이다.

IPCC는 작년 8월 'IPCC AR6 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 '기후변화가 인간의 영향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작년 11월 파리협약 6.2조에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양자 및 다자협력을 통해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제시했다. 이번 제3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제적·사회적·제도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쯤 되면 탄소중립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게 아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정파를 떠나 예외 없이 동참해야 한다.

내달 출범할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는 IPCC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한 약속도 번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목표를 더 높일 수는 있어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선인 공약대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의 선제적 산림재난관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믹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가용할 수단을 총동원하는 등 '2050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