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13)대학의 몰락을 막을 수 없을까

[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13)대학의 몰락을 막을 수 없을까

2020년엔 241만명이지만 2025년엔 184만명, 2040년엔 118만명이다. 2022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생 숫자다. 2020년 789만명인 학령인구는 2040년이면 447만명으로 43.4% 감소한다. 2020년과 비교해 2040년 초등학생(-33.4%), 중학생(-43.2%), 고등학생(-49.4%), 대학생(-51.2%) 수는 모두 절반으로 떨어진다. 대학은 전문대학을 포함해 현재 약 370개지만 줄 수밖에 없다. 대학의 위기다. 더 이상 우수 인재를 배출하는 상아탑이 될 수 없다. 대학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다. 대한민국을 최소 100백년 퇴보시킬 것이다.

대학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가장 큰 요인은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생 수 감소와 재정 악화다. 데이터·인공지능 시대 도래와 코로나 팬데믹은 일자리도 없애고 있다. 대학이 기업에 공급하는 우수 인재가 줄고 있다. 기업의 연구개발 요구 수준은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대학 교수진과 연구기관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면수업이 온라인수업으로 대체되며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강의 내용은 녹취되고 공개되기 쉬워서 교수의 강의를 움츠려들게 한다. 온라인 강의만으론 토론·설득을 통한 진리 탐구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수와 학생이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인격체 양성을 위한 인성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문연구 기능은 인터넷, 취업지원 기능은 학원에 뺏긴 지 오래다. 정치권의 도전도 만만찮다. 부산대와 고려대는 조국 전 민정수석 자녀 입학취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대는 대선 당선인 부인의 논문 문제로 어렵다. 교수와 학생들이 학교 광장에 모이지 않기 때문에 정치·사회 세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수행하기도 어렵다. 그 기능은 시민단체에 뺏긴 지 오래다.

대학은 이대로 몰락할 것인가. 기회는 없을까.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기회는 오지 않는다. 찾아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는 인원 제한이 없다. 교수가 훌륭하면 학생이 몰린다. 굳이 수강 대상을 학생에 국한할 필요도 없다. 다른 학교 학생, 일반인도 듣게 하자. 온라인이지만 그들이 토론하고 교류하게 만들자. 필요하면 수강료를 받으면 된다. 학문의 자유는 진리의 시장에서 성장한다. 단조로운 온라인 강의 공간을 바꾸자. 학교 교수실이나 자택에서 하지 말고 방송 제작 및 송출 스튜디오를 만들자. 오프라인 강의실은 줄여도 좋다. 필요하면 감독도 쓰고 작가도 쓰자. 온라인에서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자. 게임도 좋다. 이미지와 동영상, 별도로 제작한 교육프로그램을 쓰자. AR, VR, 메타버스 등 다양한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자. 필요하면 교육 테크를 비즈니스로 하는 기업과 제휴하는 것도 좋겠다. 교수도 내부 교직원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외부 강사진을 두고 활용하자. 온라인 강의는 길거리에 버리는 물리적 비용이 없다. 잘나가는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기업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성·경험이 있다. 기업의 실무자와 기술 장치를 강사와 교육기기로 지원 받자. 그렇게 배운 학생은 그 기업의 우수 임직원이 될 수도 있다. 기업도 아이디어를 얻어 쓸 수 있다. 지방대학에도 스타 교수가 나올 수 있다.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보다 유명한 교수도 있다.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수도 강의 기술을 교육받아야 한다. 앞으론 플랫폼 시대다. 진리를 탐구하고 국가 사회에 기여하도록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광장에 모일 순 없어도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교수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연구 결과를 논의할 수 있다. 교수·학생과 그 학교를 졸업하여 사회 각층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동창과 기업,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여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해 보자. 학교 웹사이트를 개편해서 연구개발, 학문, 취업 등 학교 기능을 플랫폼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외부 플랫폼과의 연계도 필수다. 대학의 위기를 방치하면 대한민국이 죽는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저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