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잇따라 자본확충…새 자본규제 '비상등'

생보사, 잇따라 자본확충…새 자본규제 '비상등'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생명보험사가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장부가격으로 평가하던 부채를 시장가격(시가)으로 평가하게돼 자본여력이 급격하게 하락해 재무건전성에 비상불이 켜질 수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쌓아놔 새 제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지난달 31일 6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 8일 2300억원 후순위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후순위채는 채무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지만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을 말한다. 자본으로 인정되기는 하지만 일반 채권보다 권리가 뒤쳐져 금리가 비교적 낮아 금융회사가 선호한다.

푸본현대생명도 올해 안에 3000억원 이내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최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4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1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연이어 발행했다. DGB생명은 지난달 30일 950억원의 신본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대신 발행하는 회사가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채권 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어 금리가 높은 편이다.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5년 간 4.80% 고정금리고, DGB생명 금리는 5.40%에 달한다. 다른 생보사 후순위채 금리는 4%대다.

대형사 중엔 한화생명의 마음이 급하다. 이 회사는 과거 연 6% 이상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해 새 제도에 대한 부담 역시 크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3000억~5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의결했다. 앞서 지난 2월엔 해외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후순위채 7억5000만달러를 이자율 3.379%에 발행하기도 했다.

생보사가 미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와중에도 급하게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건 새 제도에 따라 내년부터 새로운 자본규제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새 자본규제에 따라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1990년대~2000년대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6% 이상 고금리로 팔았던 생보사는 필요한 자본 규모가 대폭 증가하게 된다.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자본을 발행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생보사 관계자는 “회계 기준 변경에 대비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초입에 빨리 자본을 확보해두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표]최근 생명보험사 자본조달 현황

생보사, 잇따라 자본확충…새 자본규제 '비상등'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