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스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헬스케어 유망기술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가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는 소프트웨어(SW)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과거 치료의 전형적 방식은 알약, 캡슐 등 경구용 투약제였다. 그러다가 인류는 보다 효과적 치료 방법으로 항체 치료와 세포를 직접 이용한 치료 방식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SW를 기반으로 한 치료 범주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SW를 활용한 의료기기라고 하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디지털 치료는 디지털 헬스와 혼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는 디지털 헬스와 다른 개념이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투자가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단순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으로 라이프 스타일·피트니스(운동) 기록 앱, 복약 알림 서비스, 보건 정보통신 기술(HIT), 원격의료 플랫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디지털 기술로 환자 질병과 장애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즉, 디지털 치료제는 화학 성분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SW를 활용할 뿐이지 직접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하드웨어 의료기기 일부가 아닌 하나 이상의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SW로, 하드웨어를 동반하는 SW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대표적 디지털 치료제로는 치매, 알츠하이머, 뇌졸중,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등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질병은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중추신경계 질환에 해당한다. 기존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 중재(Behavior Intervention)를 통한 치료 효과가 적지 않음이 확인됐다. 이에 모바일 앱 등을 통해 특정 행동을 통제하고 조정함으로써 중추신경 질환 치료를 도모하는 방식이 디지털 치료제에 해당한다. 당뇨, 암, 고혈압 등 생활 습관 개선 효과가 큰 질환과 중증 질환자 예후 관리가 중요한 질환을 위한 제품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최근에는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가상현실(VR) 기술로 치료하는 '뉴냅비전'이 국내 첫 임상연구 승인을 받았고 호흡기 질환 재활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와 노인성 질환인 근감소증 치료 앱 등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일부 만성질환과 신경정신과 질환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치료제는 신경정신과 질환 즉 약물중독, 수면장애, 조현병, ADHD 등에서부터 우울증, 치매 등에 이르기까지 SW로 뇌의 정상적 동작을 저해하는 다양한 질환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치료제가 SW처럼 업데이트되고 차별화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투약과 수술 등 일반적인 치료법과 달리 SW 기반 치료제이기 때문에 환자에 처방한 치료제가 환자 상태와 반응을 고려해 제작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치료제는 마이데이터와 결합해 더욱 개인화될 것이다. 향후 헬스케어 데이터뿐만 아니라 금융 데이터를 포함해 생활 식습관 등과 관련된 마이데이터와 결합함으로써 더욱 정밀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발달이 의료 및 제약 기술과 융합되며 디지털 치료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또 하나 만들어냈다. ICT 확장성이 과연 어디까지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