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시스템 반도체의 숨은 공로자 'SK하이닉스·큐알티' 상생 사례 주목

반도체 팹리스가 설계한 칩은 제대로 움직 일수 있는지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안정성 허들을 넘어야 한다. 입사 전 외국어 능력이나 상식 등 실력을 입증한 증명서를 얻는 것과 유사하다. 또 반도체가 작동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설계 이상인지 공정 상의 문제인지를 신속히 '분석'해 보완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스페셜리포트]시스템 반도체의 숨은 공로자 'SK하이닉스·큐알티' 상생 사례 주목

세계에서 이런 반도체 신뢰성 검증과 분석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데는 3곳 정도가 손꼽힌다. 대만 마텍과 아이에스티, 그리고 우리나라 큐알티다.

큐알티는 1983년 현대전자 부서로 시작,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이엔지를 거쳐 2014년 완전 독립했다. 반도체 시험·분석 분야로는 국내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소자·파운드리업체 뿐 아니라 국내 주요 반도체 팹리스 다수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나아가 퀄컴·브로드컴 등 글로벌 기업과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시험·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례없는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큐알티 신뢰성 검증과 분석 서비스는 독보적이다. 사실상 365일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 체계를 갖췄다. 신속한 신뢰성 검증으로 반도체 기업의 제품 시장 진입 주기를 앞당겨 준다. 세계에서 몇대 밖에 없는 첨단 분석 장비를 갖춘 큐알티는 반도체 제품의 비파괴 검사를 시작으로 나노미터 단위 제품 결함 분석 등 반도체 이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전방위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반도체 내 미량 방출되는 방사선으로 인해 일시적 오류가 발생하는 '소프트에러' 검사 분야에서는 단연 1등 기업으로 손꼽힌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프트에러 관리 수요도 크게 늘었다.

큐알티가 도입한 반도체 소프트에러 정밀 평가 분석 장비 TPA 레이저 시스템
큐알티가 도입한 반도체 소프트에러 정밀 평가 분석 장비 TPA 레이저 시스템

큐알티가 반도체 신뢰성 검증·분석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SK하이닉스 역할이 컸다. 초기 SK하이닉스 반도체 시험·분석을 도맡았던 큐알티는 누구보다 빠르게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품질 보증 분야를 스핀오프하면서 각자 경쟁력을 공유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큐알티는 SK하이닉스 물량을 소화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SK하이닉스를 세계 수준의 반도체 신뢰성 검증과 분석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큐알티 관계자는 “세계 유수의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다 깐깐하고 완벽한 시험·분석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통해 글로벌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기술력과 인프라, 노하우를 협력사와 함께 공유, 동반 성장을 이끌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사회적가치(SV) 창출 전략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대만 마텍과 아이에스티가 TSMC를 필두로한 대만 반도체 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험·분석 기업으로 도약했다.

큐알티 사례는 단순 양사 간의 상생에 그치지 않는다. 큐알티 시험·분석 서비스 경쟁력은 우리 팹리스 기업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눈높이에 맞춘 시험·분석 역량을 십분 활용, 우리 팹리스 제품 경쟁력도 함께 올릴 수 있다. 큐알티는 이를 통해 선순환 발전을 가능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큐알티의 전자소자와 부품 불량 분석 사례
큐알티의 전자소자와 부품 불량 분석 사례

큐알티는 신 사업도 준비 중이다. 회사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보다 견고하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소프트에러를 검출할 수 있는 상용 장비가 대표 품목이다. 소프트에러 검출을 위해서는 고가의 검사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큐알티 장비 개발이 완료되면 반도체 팹리스나 파운드리 등 수요 기업이 직접 구매해 운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를 높이고 검사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큐알티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고주파수 초가속 수명 시험 장비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