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스타트업 네트워킹 다시 활기 찾아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개최 빈도지난 2년 동안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기세가 이달 초 정점을 찍은 후 한풀 꺾이면서 엔데믹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국회는 그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항상 부족한 점이 많았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어려움으로 송구스러운 마음도 여전하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소상공인을 넘어 중소·벤처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 들이닥친 위기는 소상공인이 겪은 어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 기간 내내 초기 스타트업 성장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네트워킹 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당장 사업과 아이디어를 알리고 업계 정보를 얻을 수 있던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네트워킹 행사는 당장 그 자리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수출박람회 같은 자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매출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배경이 다양한 인재가 한 장소에 모여 교류하며 스타트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 간다. 혁신은 어떤 천재의 번뜩이는 영감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가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서로 거칠게 부대끼고 교류하며 가다듬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킹 행사는 주로 사업 아이템을 홍보하는 스타트업 임직원의 열띤 발표로 시작된다. 이에 사업성을 묻는 투자자의 날카로운 지적도 이어진다.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신기술이나 주요 국가들의 현황에 관한 저명인사의 강연 역시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예비 창업자, 학생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가 소통하는 교류의 시간이다. 참석자 사이에 사업 관련 교류가 이뤄지는 것은 다반사다. 산업 분야별 관련 학과 교수와 창업자가 만나 지도학생의 스타트업 체험 기회를 요청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은 미국 실리콘밸리 사례가 잘 보여 준다. 살인적인 집값과 교통난에도 전 세계 유수 기업과 스타트업은 경쟁적으로 실리콘밸리에 모여들고 있다. 교류 공간 안에서 혁신이라는 가치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코로나 기간에 비대면 회의와 같은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기도 했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비대면 방식으로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동시다발적이고 깊숙한 소통을 대체하기 어렵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네트워킹 행사가 끊기지 않고 개최됐다.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 사이트에서 '스타트업'을 키워드로 하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행사를 검색해 본 결과 이번 달에만 1200여개 행사가 잡혀 있었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기업은 네트워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비하면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는 거의 열리지 못했고, 그나마 이미 잡혀 있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기 일쑤였다. 그나마 개최된 행사들은 일부 소수 인원으로만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각종 이벤트와 행사 모임을 공지하는 국내 사이트를 대상으로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현황을 직접 확인해 봤다. 해당 기간에 스타트업 임직원, 멘토, 투자자, 창업 희망자, 학생 등이 참여하고 교류하는 성격의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네트워킹 행사 횟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월에는 36건, 2월에는 23건의 행사가 열리다가 3월부터 10건으로 절반 이상 네트워킹 행사가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위기감이 고조됐던 2020년 4월에는 2건, 5월에는 5건으로 급감했다.

그해 여름이 되자 코로나 확진세가 진정돼 다시 27건까지 늘어났지만 겨울에 다시 찾아온 코로나 유행이 델타변이,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진정되지 않자 올해 4월까지 네트워킹 행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지난 2년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력한 스타트업 육성정책으로 여러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다.

2021년 벤처투자액은 7조6802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대 실적인 2020년의 4조3045억원에서 무려 78.4%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서도 얼마나 역동성을 유지하고 성장 의지를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벤처투자 규모만큼이나 혁신성장의 결과를 가져왔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30세대, MZ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이 취업을 원하는 정보기술(IT)기업을 일컬어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라고 칭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불과 2년 사이에 크래프톤, 당근마켓과 토스, 직방도 '네카라쿠배'에 추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대부분의 투자 실적은 업력 3~7년의 중소기업에 집중됐다는 단면도 있다. 업력 3~7년의 스케일업 투자금액은 2020년 대비 1조7546억원이나 증가했지만 업력 3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고 협업이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에 네트워킹 행사 부재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 엔데믹이 다가오는 지금 초기 스타트업이 다시 도약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은 변변한 네트워킹 행사가 열리지 못한 만큼 스타트업도 투자자도 아쉬움이 많았던 기간일 것이다. 그만큼 관련 전문가들과 예비 창업자도 앞으로 활기를 되찾을 네트워킹 행사에서의 소통과 교류에 더욱 열심히 임할 것이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행사 때마다 북새통을 이룰 광경이 기대된다. 필자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서 스타트업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waytohong@naver.com

<표>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개최 빈도

<표>2020, 2021년 업력별 벤처투자 현황(단위 : 억원, %)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정민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부터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경제전문가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삼성경제 수석연구원과 로스토리 주식회사 대표로 활동해 왔다. 21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병에 출마해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21대 국회 초반에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산업과 경제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변호사, 경제학박사, 융복합 금융전문가, 벤처 CEO라는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당내에서는 정책위원회 부의장, 원내대변인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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