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톡]ICT 홀대론 넘어서려면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직제 개편이 2실·5수석으로 결정됐다. 윤석열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과학·미래기술 분야를 책임질 수석급이 없이 출발하는 정부가 됐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과학교육수석'을 제안했지만 결국 1차 인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과학기술 전담 수석 신설 여부는 대통령실 출범의 핵심 이슈가 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과학기술비서관은 경제수석실에 설치되는 것이 유력하다. 대통령실과 최소한의 소통 통로를 확보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 ICT 기능은 행정관급조차도 신설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수위 초반부터 ICT 전문가는 물론 전담 공무원조차 1명도 포함되지 않게 됐다.

인수위는 ICT나 과학 홀대론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국정 기조로 내세울 정도로 ICT를 핵심 국정 운영원리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러 부처와 지역에서 대통령직속기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는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고려해 대통령실 인선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450~500명 수준임을 고려할 때 3분의 1로 규모를 줄이다 보니 ICT 전담 직제 배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에 수석 1명, 비서관 1명이 없다고 '홀대론'이라고 단정할 기준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직제는 대통령의 해당 분야에 대한 정책 중요도와 육성·소통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디지털경제 패권국가와 4차 산업혁명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시대, ICT 인프라와 기술 경쟁력이 국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을 세계가 인식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 명령을 발동해 AI 컨트롤타워를 백악관 내에 설치한 것은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인수위는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에 따라 정책 조율 역할을 강화하고 장관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의지다. 장관 또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장에게 ICT 분야를 맡기겠다는 인식으로는 곤란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보통신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강한 추진력으로 부처 간 갈등의 여지를 제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양한 부처의 전자정부 추진 회의를 수 차례 직접 주재하며 힘을 실었다.

ICT는 제조업, 농업, 헬스케어 등 분야에 융합돼 성장을 촉진하는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한다. 제대로 힘을 실어 준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확대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만 해도 10여개 정부 부처 간 협업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ICT 분야 수석·비서관 없이 출발하지만 윤 당선인이 직접 ICT와 디지털혁신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7~8월에는 대통령 곁에서 ICT 혁신 정책을 조언할 참모 신설을 반드시 이행했으면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