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누리호 이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나서야

[사이언스온고지신]누리호 이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나서야

최근 우주개발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뉴스페이스다. 뉴스페이스는 기존 전통 우주개발이 아닌 민간 기업이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우주 비즈니스를 하는 시대를 일컫는다. 대표 기업으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이 있다. 이외에도 세계적으로 초소형 위성이나 소형발사체를 개발하고 우주여행과 우주탐사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났다.

이렇게 민간 우주 기업들이 탄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주개발과 우주 비즈니스가 경제 이익을 창출하는 분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르게 유망한 우주 스타트업에 금융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우주 선진국들도 민간 우주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과 자금 지원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뿐 아니라 민간 우주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과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 리더가 된 스페이스X도 미국 우주정책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정책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이 불가능했다. NASA는 스페이스X에 상당한 기술 지원과 프로젝트를 통한 재정 지원을 해왔다. 오늘날 스페이스X는 우주 인터넷, 화성 이주 프로젝트 등 독자적인 우주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중요한 우주 운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성공에서 보듯이 우주개발에서 우주 정책 지속성과 재정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주 발사체와 같은 거대 복합시스템 개발에는 국가 지원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불가능해 국가 지원 속에서도 완전한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기술적 한계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쓰라린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는 우주 발사체 핵심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들과 산업적 기반도 매우 미흡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을 쌓아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은 독자 기술로 누리호를 개발했다.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및 발사 운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우리 기술로 개발해 낸 우리 발사체다.

누리호 2차 발사가 다가오고 있다. 누리호는 지난 1차 발사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술 문제점을 개선·보완한 상태로, 현장에서는 누리호 조립이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2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성능검증 위성을 싣고 발사할 예정이다. 앞으로 누리호는 2027년까지 네 번의 반복 발사를 통해 위성 발사체로서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내 민간 기업에 발사체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제부터는 누리호 개발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살려 새로운 발사체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나로호 개발이 누리호 개발 토대가 됐듯이 누리호를 발판 삼아 위성 발사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누리호는 고도 700㎞에 1.5t 태양동기궤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지궤도위성이나 달 탐사선을 발사할 수 없다. 앞으로 저궤도위성뿐 아니라 정지궤도위성, 달 탐사선 등을 발사할 수 있는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국가 우주개발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아직 해외 발사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성 및 우주탐사선의 발사를 우리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우주 독립을 실현할 수 있다.

누리호에 이어 추진해 나가야 할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 개발보다 더 어려운 기술적 한계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우주 발사체 성능을 더 높이지 않고는 우리 우주개발 역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세대 발사체가 개발되면 우주개발 역량이 확대되고 우주 진출과 우주개발 기회가 확장될 수 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국가 우주개발 대전환과 도약 기회를 마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누리호가 국민들에게 우주에 대한 희망을 안겨줬다면 차세대 발사체로 더 넓은 우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 shoh@ka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