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한민국 IP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후보자는 우수한 특허권 발명자로 지식재산(IP) 금융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IP수익화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남다른 반가움이 생긴다.

반도체 전문가인 이 후보자는 2003년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 기술인 '벌크 핀펫'(FinFET) 기술을 개발했고, 관련 미국 특허를 KAIST 관계사인 KIP에 양도했다. KIP는 미국의 소송펀드 운용사(Litigation funder)인 폴리나펀딩(Paulina Funding Co.)의 IP 프로젝트 투자를 받아 2016년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TSMC, 삼성전자 등 FinFET 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라이선싱 캠페인의 일환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20년 1심에서 삼성전자가 KIP에 2억달러(약 24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종적으로 소송은 삼성전자와 KIP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의 대표적인 특허관리전문업체(NPE) 아카시아 리서치(Acacia Research)의 자회사 아틀라스글로벌테크놀로지로부터 '와이파이(Wi-Fi) 6'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피소됐다. 원고인 아틀라스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지난해 초 뉴라컴으로부터 340억원 규모에 매입한 것이다. 뉴라컴은 한국 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속 연구원이 스핀-오프해 미국에 설립한 뉴라텍의 100% 자회사이다. 이 소송은 지난해 11월 아틀라스와 삼성전자 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연구기관 또는 연구인력이 발명한 지식재산(국내 IP자산)이 해외 자본력의 도움으로 국내 기업에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기관이나 대학교의 핵심 특허가 국내 투자기관에 의해 활용되지 못하고 해외 자본에 의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수익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넘어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창출된 우수 특허가 해외 기업에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외자본을 빌어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기형적인 형태를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IP를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화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과 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IP 투자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물론 국내 IP 수익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로 국내에서 창출된 IP를 주장하여 해외의 대기업들로부터 정당하게 로열티를 징수한 사례도 그동안 있었다.

국내 대표적 IP 수익화 기업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는 KAIST로부터 조동호 교수가 발명한 와이파이 콜링 기술 특허를 매입한 뒤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을 상대로 지난 수년간 총 550억원 규모의 특허 라이선싱 수익을 거뒀다. 해당 기술은 셀룰러 망이 취약하고 와이파이가 연결된 환경에서 단말기에 끊김 없는 통화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모든 미국 통신사업자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연구기관과 IP 수익화 전문기업이 각각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는 국내 중견기업 하나마이크론의 USB메모리스틱 관련 특허를 매입, 관련 시장 글로벌 1위 업체 킹스턴테크놀로지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진행해 15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는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배심 재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국내 IP 수익화 전문성을 갖춘 기업과 국내 투자 자본이 합작해 이룬 성과다.

국내 우수 IP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대한민국 IP 로열티 수지를 개선하고 IP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국내 IP가 해외 NPE 또는 해외 투자 자본에 의해 국내 기업을 공격하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이를 위해 아직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IP 투자 시장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블룸버그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혁신지수(기술 기반 IP 경쟁력 등을 분석한 지수)는 전 세계 1등으로 평가됐다. 특허출원 역시 인구 및 GDP 대비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국내 대학·연구소·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좋은 특허들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IP자산 활용, IP금융투자 전략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즈음에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호 후보자는 누구보다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지식재산에 대한 양적·질적인 투자가 더욱 확대되고, 국가 R&D 전략 수립과 함께 IP 활용 전략에서도 남다른 인사이트를 기대해 본다.

[기고]대한민국 IP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며

배동석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부사장 dongsuk.bae@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