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깜짝' 사의 표명…후임자 내정 관심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당국 수장 연쇄 교체에 대한 부담과 금감원 내부의 두터운 신임으로 유임이 점쳐졌던 정 원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후임 원장 선임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금감원은 “금감원장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해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다. 비슷한 시기 임명된 고 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했고,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새 금융위원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물러날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금감원 내부에선 정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날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이날도 회의 등 일정이 잡혀 있다”며 “사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후임자 하마평도 적어 정 원장이 유임될 줄 알았다”고 전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정 원장이 국장단과 점심 일정을 잡는 등 일을 계속할 뜻을 내비쳐 왔다”며 “취임 후 조직개편과 인사 등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왔는데 물러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도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관련해 챙겨야 할 과제를 살펴 업무계획에 반영하라”는 지시를 할 만큼 업무에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사의 표명으로 정 원장이 결국 물러나게 되면서 후임 원장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다. 교수와 정치인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난한 관료 출신 인사가 원장으로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3연속 교수 출신' 원장을 겪은 바 있는 금융위·금감원에서 교수에 대한 반대가 크고, 정치인이 민간 금융사를 관리 감독하는 당국 수장을 맡기에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에선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행시 31회)과 이병래 전 예탁결제원 사장(행시 32회) 등이 언급된다. 주로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한 이 수석부원장이 임명되면 최수현 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수석부원장 출신 원장이 된다. 이 전 사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시절부터 금융당국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도 원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김 전 차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역임한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정 원장은 근무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