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시화…韓도 혁신 생태계 조성해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 개최
“주요국 자국 내 팹 구축 움직임
국내 소부장 기업 자립화 시급”

제11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이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뉴패러다임을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김병국 이솔 대표, 신철 에스앤에스텍 부사장, 이종수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안태혁 원익IPS 사장,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좌장),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염근영 성균관대 교수, 김대현 지오엘리먼트 부사장, 권동준 전자신문 기자.
제11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이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뉴패러다임을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김병국 이솔 대표, 신철 에스앤에스텍 부사장, 이종수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안태혁 원익IPS 사장,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좌장),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염근영 성균관대 교수, 김대현 지오엘리먼트 부사장, 권동준 전자신문 기자.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 위기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해외 선두 업체와 과점 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소부장도 경쟁력을 키우고 반도체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안태혁 원익IPS 사장)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 반도체 업계 리더와 전문가가 우리나라도 반도체 생태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해서는 소부장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센터 주최로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제11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에서 반도체 산업, 학계 전문가들이 국내 반도체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뉴패러다임'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맡은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가별로 반도체 공급망 전략을 점검하며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팹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도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부장 업체의 자립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0.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부장 기업이 해외 기업과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반도체 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전임 대표도 공감대를 나타냈다. 이 전 대표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언급하며 국내 소부장 자립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생존 문제로 떠올랐다”며 “국내 소부장 기업이 자력 생존하기 위한 기술과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부장 기업도 반도체 생태계 마련에 공감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해외 대형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이유로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관리 능력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종수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국내에는 짧게는 8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투자를 지속할 기업이 소수”라면서 “국내 소부장도 반도체 업체 요구에 앞서 선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면서, 반도체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앞으로 국내 소부장도 공급망 위기 속에서 제조, 원자재 수급 등 실력의 격차를 줄이고 국내 소부장 로컬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확보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에서 반도체에 사명감을 갖고 키우기 위해서는 반도체 국내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반도체 기초 과학을 강화하다면 회사에서 나머지를 만들어 나갈수 있다”며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부장에 반도체 특화 인력이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부장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학교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안태혁 사장은 “반도체 장비는 기계, 전기전자, 화학, 소프트웨어(SW)를 총망라한 융·복합 산업”이라며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 육성과 수도권 인근에 반도체 연구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서울 근교 규제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부장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도체 극자외선(EUV) 장비를 만드는 김병국 이솔 대표는 “일본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업체 TSMC와 손잡을 수 있는 이유는 반도체 핵심 소부장 원천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형 반도체 소부장 시드가 필요한데 반도체 장비 기업 주도로 소재·부품 협동조합 결성 등 미래 지향적 소부장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철 에스앤에스텍 부사장은 “국내에 소부장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소재 업계 입장에서 인프라가 굉장히 부족한 데 반도체 소재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 패키징 기술 발표도 이뤄졌다. 강사윤 한국 마이크로 전자 패키징학회 회장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해결하기 힘든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과 패키징 기술 개발 위한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