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랭글러 4xe'는 정통 SUV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연료비 부담이 적다. 최대 32㎞까지는 전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출퇴근 거리가 길지 않고, 주말에는 캠핑을 비롯한 레저활동을 즐긴다면 차량 구매 시 선택지에 넣을만하다.
지프는 세계 3위 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다. 전시 군용차인 '윌리스 MB'로부터 시작한 오프로더 브랜드이기에 도심형 SUV와는 차이가 있다. 랭글러는 1987년부터 지프가 생산한 온 프레임 타입 SUV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18년 출시한 4세대 모델이다. 랭글러 4xe는 지프 첫 전동화 모델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판매를 시작했다.
랭글러 4xe는 직선 디자인 요소가 많은 기존 랭글러와 큰 차이가 없다. 전면에는 지프 고유의 세븐 슬롯 그릴과 원형 헤드램프가 자리한다. 후면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달려 있다. 요즘 차량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측면에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 지프 로고, 랭글러 언리미티드 레터링 등이 파란색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휠 디자인도 좀 더 멋스럽다.
랭글러 4xe는 GDI 2.0 I4 DOHC 터보 PHEV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두 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합산 출력은 375마력, 최대토크는 65㎏·m에 달한다. 차량 무게는 랭글러 가솔린 모델보다 늘었지만 힘까지 강력해지면서 이를 상쇄한다. 험지를 주파하는 랭글러의 성능을 그대로 간직했다는 평가다.
시동을 켜면 기존 랭글러와 다르게 조용해 어색할 정도다. 저속에서는 전기만으로 주행한다. 엔진이 가동되지 않기에 보행자가 차량이 근접한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지프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행자 경고 시스템'을 랭글러 4xe에 적용했다. 35㎞/h 이하로 주행 시 가상 사운드를 발생시킨다.
출퇴근 거리가 길지 않고 직장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면 전기차처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하이브리드 모드를 통해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복합연비는 12.7㎞/ℓ로 기존 랭글러 8.2~9㎞/ℓ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주행모드는 △하이브리드 △전기 △E-세이브로 나뉜다. 회생제동을 최대화하는 기능은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활성화할 수 있다. 정체구간이나 캠핑장 등 목적지에서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E-세이브 모드와 회생제동 최대화 기능을 켜 배터리 충전량을 늘리면 된다. 회생제동을 극대화하더라도 전기차처럼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한 형태는 아니었다.
PHEV답게 외부 충전도 가능하다. 충전구는 운전석 측면에 위치하는 데 AC 단상 5핀 완속 충전(7㎾)을 지원한다. 100% 충전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지프는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차량 구매 시 220V 휴대용 완속 충전 케이블(2.4㎾)도 제공한다. 소요시간은 7시간이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예약 충전 기능을 이용해 심야전기를 사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15㎾h 용량의 배터리는 2열 시트 하단에 위치한다. 차량 무게는 늘었지만 무게 중심이 낮아지면서 코너링에선 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랭글러 4xe는 전기만으로 32㎞ 주행이 가능하고 연료탱크의 가솔린까지 모두 사용한다면 최대 620㎞까지 달릴 수 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은 아니기에 고속주행 시 소음은 크다. 윈드실드가 다른 차량들 대비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선루프는 없고 톱을 개방할 수 있는 형태다. 오버랜드 파워톱 트림은 소프트톱으로 전동식 개폐가 가능하다. 시승한 오버랜드 트림은 하드톱이지만 직접 개방할 수 있다. 1열 톱 해제는 비교적 단순해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옵션 사양이다. 랭글러 4xe는 반자율주행을 지원하지 않는다. 앞차와의 간격을 계산해 차량이 스스로 가·감속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차로 이탈 방지' 기능이 없다.
편의 사양에서는 열선시트, 열선 스티어링은 지원하나 통풍시트는 없다. 차량의 360도를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기능은 없고 후방 카메라 기능만 있다. 가격을 고려하면 옵션을 더 풍부하게 구성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내는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지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대시보드는 다른 SUV와 달리 짧아 독특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얕은 수납공간과 함께 중앙에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시트 포지션을 조정하는 건 수동으로 이뤄진다. 시트 측면에 있는 끈을 잡아당기면 시트 앞뒤 조정이 가능했고 측면 레버를 통해 시트 높낮이를 변경할 수 있었다.
센터페시아에는 공조 기능 제어 등을 위한 여러 물리 버튼이 자리한다. 직관적으로 조작이 가능해 편리했다. 중앙에는 8.4인치 정사각형 형태의 터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의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2열 탑승자 공간은 무릎 공간은 주먹 한 개 정도가 들어가 넉넉하진 않았으나 헤드룸은 많이 남았다. 1열 시트 기본 셋팅이 다른 차량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발 공간은 좁지 않다. 2열 시트 등받이는 다소 서있는 형태로 뒤로 젖혀지지는 않는 형태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44ℓ로 2열을 접으면 1909ℓ까지 늘어난다. 캠핑이나 레저활동을 위한 용품을 적재하는 데 있어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2열 시트를 접고 그냥 눕기에는 트렁크 공간과 경사가 있어 평탄화가 필요하다. 차량이 박스 형태라 트렁크에 걸터 앉아도 머리가 닿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트림별 가격은 오버랜드 8340만원, 오버랜드 파워톱 869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