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동 대표의 메타버스 제대로 타기]<2>메타버스 왜 다시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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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어느 해 어린이날에 부모님께서 큰맘 먹고 아주 고가의 장난감을 사 주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장난감은 너트와 볼트, 길고 짧은 플라스틱 막대기 수백개로 구성돼 만들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장난감 건축 자재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의 레고와 비슷한 형태의 놀잇감이라고 볼 수 있다. 모르긴 해도 당시 필자의 부모님은 거금을 투자한 이 장난감에 막내 아들이 매혹돼 자동차도 만들고 집도 만들면서 창의력이 쑥쑥 자라날 것을 기대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당시에 매혹됐던 것은 플라스틱 놀잇감이 아니라 동네 전자오락실에 있는 너구리라는 게임이었다. 부모님의 교육적인 투자는 보란 듯이 게임에 밀렸고, 너구리에 빠져 있던 필자는 당시 매일 어머니께 혼이 났다.

예나 지금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크고 작은 걱정들을 들으며 살고 있다. 오늘은 그렇게 기성세대들이 걱정하는 게임 가운데 '마인크래프트'라고 하는 게임 이야기로 메타버스 얘기를 꺼내 보려 한다.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폭풍적인 인기를 끈 '마인크래프트'는 모장이 개발했다. 이 모장을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가 25억달러(약 25조5970억원)라는 거금을 들여 직접 인수했다. 당시에는 소규모 개발사에 불과하던 마인크래프트의 행보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타버스를 상징하는 게임인 '로블록스'는 시가총액이 이미 약 23조원에 이른다.

이미 메타버스 하면 많은 이가 인용하는 '마인크래프트'는 운영된 지 이미 10년차를 훌쩍 넘어섰다. '로블록스' 또한 경제 악화 속에서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 분석업체 머틀리 풀은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꾸며 메타버스 육성을 새로운 먹거리로 천명한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가 최근 '로블록스'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새 소식을 전했다.

앞에서 쓴 칼럼에서 얘기했듯이 메타버스가 새로운 시스템·서비스 도입에서 시작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조잡해 보이는 그래픽과 조작법이 단순한 '마인크래프트' 또한 메타버스 간판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게 이 바닥의 시장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처럼 몰입감이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나 세컨드 라이프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 왔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대 IT기업들의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에 메타버스가 포함되면서부터다. 단순한 아이 장난감 같던 게임들이 저마다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그 사업적인 가능성을 포착했다. 많은 이가 장난감으로 치부하고 무시하던 옛 게임들에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로블록스'는 게임 내의 자체 화폐 시스템이 꽤 안정적으로 자리 잡혀 있는 모양새다. 로벅스라는 화폐를 통해 게임 내 콘텐츠를 거래하는데 10달러에 1000로벅스를 구매할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로벅스가 10만을 넘어가면 일정 비율의 로벅스를 현금화, 즉 달러로 다시 바꿀 수 있다. 현금으로 게임 재화를 구매한다는 일차원적 개념을 넘어 합법적으로 현실의 재화로 재생산할 수 있는 이차원적인 부가 가치까지를 멋들어지게 덧붙였다. 이는 당연히 이용자들의 몰입감과 재미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용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AR, VR에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메타가 VR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오큘러스를 20억달러(당시 약 2조원)를 들여 인수한 까닭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 트렌드가 떠오르는 이유에는 '왜'가 아니라 '왜 다시'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한다. 일각에서 메타버스 열풍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또한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것들에 공격적인 마케팅이 거듭되며 거부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메타버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시대 이름이지 기술 이름이 아니다. 나를 포함해 새로 등장할 메타버스 서비스의 창조자들은 며칠 만에 버려지는 블록 장난감 신세가 되기 싫다면 기술이 아니라 이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이유와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김창동 루씨드드림 대표 cdkim@LDfac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