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면세점 옭아맨 규제 풀어야

[ET톡]면세점 옭아맨 규제 풀어야

“코로나가 끝난다고 다 해결될까요. 한국보다 쇼핑하기 좋은 곳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 만난 면세업계 관계자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유통가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면세업계 만큼은 예외다. 정부가 해외여행 빗장을 풀었음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봉쇄령을 지속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 면세점의 1분기 실적은 어두운 업황을 방증한다. 롯데면세점은 1분기에만 753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도 21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신라면세점은 유일하게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알선 수수료를 챙기는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판매 비중이 높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때 세계 1위를 지켰던 한국 면세업계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체 매출 90% 이상이 외국인에 집중됐다. 그 가운데 대부분이 다이궁이다. 외국인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업체 간 수수료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다. 내국인 수요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5000달러(약 632만원)였던 내국인 구매 한도를 폐지했지만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작 수요 증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면세 한도는 지난 2014년 600달러(76만원)로 상향한 이후 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인접한 나라 중국은 5000위안(약 95만원), 일본은 20만엔(약 198만원)이다.

반면에 세계 4위 수준이었던 중국 면세업계는 자국 정부의 전폭 지원으로 2020년부터 1위에 올랐다. 대표 지원 정책이 하이난성 면세특구 조성이다. 하이난성 면세 한도는 10만위안(1900만원)에 이른다. 면세한도를 다 사용하지 못하면 내륙에서 180일 이내에 온라인 면세점을 통해 남은 한도를 사용할 수 있다. 내국인 판매만으로도 매출이 커서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입점을 원한다. 하이난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관내 10개 면세점 매출은 602억위안(11조28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입점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에 비해 손님이 없다. 내국인 판매 비중이 극히 낮아서 하늘길이 막히면 다른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국보다 면세 한도도 높고 판매 품목도 다양한 중국에 해외 관광객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도 뺏길 상황”이라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마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면세업계는 임대료 걱정을 하고 있다. 정부 임대료 지원 조치 기한이 다음 달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고정임대료 방식이었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징수 체계를 매출과 연동하는 품목별 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했다. 지금까지는 줄어든 매출만큼만 임대료를 냈는데 오는 7월부터는 매출과 관계없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고정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중국 봉쇄령이 풀리는 것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엔데믹을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면세업계만 규제에 발목이 잡혀서 코로나 시대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면세업계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